학교 정상화 위해 순례 나선 '한빛고' 학생들

전남 소재...한라반 학생 21명, 4일부터 광양-하동-진주-진해까지

등록 2003.05.06 11:51수정 2003.05.0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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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국 순례 사흘째인 6일 오전 진주성을 둘러보고 있는 전남 담양 한빛고 학생들.

전국 순례 사흘째인 6일 오전 진주성을 둘러보고 있는 전남 담양 한빛고 학생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대안학교인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의 이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4월 28일부터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 정상화를 바라면서 전국 순례에 나섰다. 한빛고 1년 한라반 학생 21명이 4일 담양에서 출발해 광양과 하동-진주-마산-창원을 거쳐 7일 진해에 도착한다.

이번 순례는 학교 정상화를 기원하면서, '한빛고 사태'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계획되었으며, 영호남 갈등을 없앤다는 작은 의미까지 담고 있다. 또한 한빛고 한라반 학생 중에 광양과 진해 출신이 각각 한 명씩 있어, 그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에는 도저히 생각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등교거부 사태를 활용해 순례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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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이틀째인 5일 무려 40㎞나 걸었으며, 발가락에 물집이 나기도 하고, 신발 밑창이 뜯겨져 나가기도 했다. 사흘째인 6일 진주시내를 걸어가는 학생들은 신발이 없어 실내화를 신고 걸을 정도였으며, 다리를 절뚝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들을 인솔하는 정관준 교사도 다리를 절뚝거린다.

왜 순례를 시작했느냐는 말에 학생들은 한결같이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요"라고 답했다. 김태겸군은 "사람들에게 한빛고 정상화를 알리는 게 목적이지요"라고, 심민우군은 "우리가 학교에 돈을 많이 내는 데도 그만큼 혜택을 누리지 못해요. 이런 실상을 알리기 위해 나섰지요"라고 말했다.

a 한빛고 학생들은 발에 물집이 생기는 등의 고통 속에서도 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한빛고 학생들은 발에 물집이 생기는 등의 고통 속에서도 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학생 대표인 김가람양은 "광주지역에서는 한빛고 사태에 대해 많이 아는데, 다른 지역은 잘 몰라요. 학교 문제를 알리고 관심을 보여 달라는 의미에서 순례에 나섰는데,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며 관심을 보여요"라고 말했다. 이들 학생들은 조그마한 깃발에 '한빛고 정상화'라는 글자를 새겨 다니고 있다.

진해 출신의 김하영양은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 간다는 차원에서 마냥 기쁜 모습이다. "진해에는 부모님께서 살고 계신데, 연락을 했더니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지요. 그런데 어제부터는 '언제 올 거냐'면서 친구들 맞을 준비를 하시는 모양입니다"라고 말했다. "진해에 새로 생긴 해안도로와 시내도 구경시켜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순례에 나서게 된 계기는 인터넷 카페에서 의견이 모아져 이루어졌다. 등교거부를 하고 집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인터넷 카페에 모여 논의를 했고, 전국 순례를 해보자는 계획이 제시되었던 것.


처음에는 제주도며 유명 관광지에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전국 도보 순례에 나서기로 한 것. 마친 같은 반에 광양과 진해 출신이 있어 그 친구들의 집을 걸어서 가자는 안이 나와 채택된 것이다.

9일 종합청사~18일 망월동까지 순례


6일 저녁에는 창원에서 박종훈 도교육위원과 김애리 경남민언련 공동대표, 김용택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섬진강을 건너 경남도청 소재지에까지 와서 지역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면, 이들 학생들이 당초에 내걸었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

한빛고 학생들은 9일엔 서울로 간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부총리의 면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런 다음 5월 18일 광주 망월동까지 순례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교육부총리 면담 요구에 대해, 정관준 교사는 "지난 3일 교육부총리께서 광주를 방문했을 때,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자료를 전달한 적이 있다"면서, "그 자리에서 구두로 면담 약속을 했는데, 이를 지켜달라는 의미에서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 것"이라 말했다.

한빛고는 1995년 '새로운 학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모태로 하여 대안교육을 지향하며 설립되어 1998년 개교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 '자연사랑'이란 교훈을 내걸고, 학급당 25명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법인의 회계부정과 인사전횡, 학교정상화 합의안 파기 등의 문제가 불거져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교거부사태까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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