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 또 다시 파행 운영 치달아

"한빛, 이사진 퇴진 · 교육청 재정지원해야"... 예산 95% 학부모 부담

등록 2003.03.24 15:40수정 2003.03.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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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교이래 설립자의 공금유용과 학교장 공석사태, 회계부정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온 전남 담양 한빛고등학교(교장 박순구)가 또 다시 파행운영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첫 인문계 특성화 고등학교인 한빛고의 학부모 50여명은 22일 오후 전남도교육청을 방문해 "학교 정상화 의지가 없는 이사장과 이사진의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교육청의 재정지원을 단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한빛고 학부모회는 교사, 학생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교에서 총회를 갖고 운영위원 선출과 함께 학교 정상화 대책을 논의하고 합의문을 파기한 김길 이사장 및 안행강 이사 등 이사진의 퇴진, 도교육청의 재정결함보조를 촉구했다.

이날 학부모 총회에 앞서 한빛고 학생회는 학교장과 이사회의 일방적인 인사조치, 특성화 교과과정 축소, 재단 전입금 확대없는 예산안 통과에 항의하는 시위와 급여지급 거부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한빛고 예산 95%,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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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사를 겸하고 있던 문동근 교장이 4명의 기숙사 사감에 대해 12월 31일부로 면직해임 시키면서부터다. 이후 교사회는 "학교장이 학교발전을 위한 합의 내용을 전면 파기하고 생활교사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면서 교사회와 학생들은 생활교사들의 복직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학교장과 이사회는 "전임 교장이 단행한 인사로 취소할 수 없다"면서 복직요구를 거부하고 별도의 협의없이 공고를 내고 현재 2명의 생활교사를 채용했다.

이에 대해 한빛고 학생회장 김바다군은 "학교에서는 교육청 감사결과보고서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교육청에 알아본 결과 4명 모두 다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면서 "학교에서 채용한 여학생 기숙사 생활교사는 60세가 넘어서 보안장치도 다룰 수 없을 정도여서 학생들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학교법인 거이학원 이사회(이사장 김길)가 통과시킨 2003년 예산안, 학습기자재 부족, 특성화 교과목의 축소운영 등으로 인한 파행적인 학사운영 때문이다.

이사회가 지난 2월 13일 예산결산자문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 등 학부모 부담액을 12%가량 인상했다. 이는 '2급지 나'에 속하는 보통 고등학교의 수업료의 300%에 이르는 것으로 학교법인에서는 '자립형 사립학교 운영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예산안에 따르면 총 예산 14억1백만여원 중 법인부담금은 3천6백여 만원 밖에 계상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에는 법인부담금은 2억2천만원에 비해 약 8천여만원이 줄어든 것이다. 2003년 예산안은 학부모들의 부담금은 인상하고 법인의 부담금은 인하시켰다. 이에 대해 예산결산자문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들의 부담만 늘리고 있다"며 예산안을 거부했다.

김종태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에서는 자립형 사립고의 지침을 운운하며 등록금을 보통학교의 30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빛고는 자립형 학교가 아니고 특성화고등학교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에도 전남지역 '2급지 나' 학교보다 217%에 달하는 등록금을 납부했다"며 "특성화고와 특수목적고가 200%까지 받을 수 있다는 별도의 법령이 적용되고 있어 더 이상의 인상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학운위의 예산안 거부에 대해 행정실장은 "2003년도에도 교사 봉급은 54% 밖에는 지출 할 수 없다"면서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약 64%의 수준까지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법인에서는 법인 부담금 비율은 사립학교법 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3천6백만원 이상은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운위는 "이사회는 어떤 재정적 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오히려 등록금 인상과 교사들의 인건비 절감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미봉책만 담겼다"며 "정상적인 예산안을 편성, 시행키로 한 합의안을 스스로 백지화한 이사회와 이사장이 학교를 경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특성화고교, 특성과목 갈수록 축소

실제 예산안에 계상된 교사들의 임금은 타 사립학교의 급여수준의 60여%에 지나지 않는다. 한빛고 교사회 배수홍 교사는 "이사회가 의결한 2003년 예산안은 합의안을 파기한 것"이라며 "법정교원 미확보, 법정 교원 급여 미보장 등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여건 조성마저 기대할 수 없는 예산으로 이건 한빛고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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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사회의 예산안 의결에 대해 교사회는 지난 15일 "예산안은 높은 등록금 부담에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학생, 학부모에 대한 심각한 교육권 침해며 교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다"면서 "학교법인과 전남도 교육청의 반교육적 작태를 규탄한다"며 급여 수령을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7일 학교법인 거이학원 이사장·학교장·교사회 3자는 △ 학교법인의 책임하에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 보수규정에 의거한 법정 보수 △ 원활한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교육활동비를 포함한 정상적 예산을 2002년 9월부터 편성·시행 △ 이사회·학교운영위원회·교사회가 참여하는 발전위원회 구성 등 4개항에 합의한 바 있다.

2002년의 경우 총 예산 중 학부모 부담금율은 76.3%, 법인 부담금율은 14%, 국고보조금 5% 등으로 구성됐지만, 올 예산안은 학부모 부담금율은 95.7%에 이르고 법인 부담금율은 2.5% 밖에 안된다. 국고보조금은 0원으로, 아예 계상되지 않았다.

이러한 예산안은 결국 교육 기자재 확충과 연구 여건 미비 현상, 교원 미확보 등으로 수업의 질을 떨어뜨려 대안학교나 특성화 고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 2002년 학교당국은 '인간과 환경' '생태학과 문학적 상상력' 폐강, 전 문동근 교장 재직시 재정부족을 이유로 특성화 과목에 대하여 강사 수를 줄이고 선택과목을 축소했다. 현재 한빛고의 제2외국어로 지정된 중국어 교사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학기를 개시해 수업이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교육청, 이사진 취임 취소·재정지원 해야"

한빛고의 법정 교원 정원은 26명인데 2001년 실제 임용된 교사는 21명에서 2003년에는 17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빛고 학생회장 김바다군은 "학교에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선생님들의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는데 어떤 선생님들이 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실제 특성화 과목이 진행되더라도 필요한 교육자재가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교원 확보가 충분치 못해 교사들의 수업과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정규 수업 운영에 차질을 가져와 교육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일 교사회와 전교조 한빛고 분회는 '한빛고 사수·구교 투쟁 선언문'을 통해 "전남도교육청은 본교 설립 인가 교부이래 제반 행정적 지시와 각종 보고의무를 도내 모든 학교와 마찬가지로 요구하면서 재정 지원만은 도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지 않아 왔다"면서 "김장환 도교육감은 한빛고 재정지원을 즉각 단행하라"고 요구했다.

22일 학부모 총회에서도 △ 김길 이사장과 현 이사진 사퇴 △ 등록금 및 생활관비 납부 보류 △ 도교육청의 즉각적인 재정지원 등을 촉구했다. 김종태 학교운영위 위원장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관선이사나 이사장이 학교 정상화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면서 "도 교육청은 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배수홍 교사는 "교육청은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근거로 '인가 당시 이사장과 교육청이 재정지원은 하지않는다 조건을 달고 인가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인가를 내주면서 조건을 달 수가 있느냐"고 교육청을 비판했다.

한편 교육청은 영광군에 소재하는 특성화고인 성지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매년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를 인가해 주면서 '재정지원은 받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고 인가를 내주었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의 특성화고인 한빛고는 98년 개교이래 지난 2001년부터 교장 공석 1년 3개월, 교장 및 교사, 생활교사의 잦은 교체, 재단 이사장 등의 비리 등으로 홍역을 치러와 특성화 고등학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재단 법인은 법정재단 전입금 이상의 부담을 하지않고 있으며 도교육청마저 재정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한빛고의 파행운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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