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두 단체장... 장항갯벌 운명은?

서천군수 "정부대안 검토"-충남지사 "왜 검토하려 하냐"

등록 2007.02.26 20:54수정 2007.03.02 09:18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해말 이완구 충남지사(왼쪽)가 장항산단 즉시착공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입원한 나소열 서천군수를 찾아 손을 잡고 위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 군수가 정부대안을 검토하기로 입장을 선회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말 이완구 충남지사(왼쪽)가 장항산단 즉시착공을 촉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입원한 나소열 서천군수를 찾아 손을 잡고 위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 군수가 정부대안을 검토하기로 입장을 선회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충청남도


장항갯벌 매립여부를 놓고 한 길을 걸어온 이완구 충남도지사와 나소열 서천군수간 동맹(?)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균열은 최근 환경부가 장항갯벌 매립 대신 국립생태원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어메니티 서천 2020 프로젝트'다.

나소열 군수가 26일 오후 환경부 대안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확인됨에 따라 군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나 군수는 이 지사와 함께 주무부처도 아닌 환경부에서 무슨 대안을 낼 자격이 있느냐며 환경부 대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왔었다.

@BRI@나 군수는 이날 '장항산단즉시착공 대정부투쟁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경제, 이하 비대위)가 '선 착공 후보완' 입장 고수를 요구하며 군수실을 항의방문하자 "정부가 보증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군 조직을 동원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정부안의 검토나 환경부의 공청회를 거부한 것은 환경부의 독단적인 대안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이라며 "정부안이라면 군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고 그쪽(환경부)에서 공식 요청이 온다면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비대위 관계자들이 "이러려면 단식은 뭐 하러 했고 비대위는 왜 도와줬느냐, 내일 도지사가 서천을 방문한다는데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항의하며 일제히 퇴장했다. 하지만 나 군수는 "제대로 된 정부안을 가지고 오면 막을 수 없다"며 "정부안에 대해 군수가 군 조직을 통해 검토조차 못하는 건 아니다"며 반박했다.

나 군수가 정부안에 대해 검토입장을 밝힘에 따라 장항갯벌 매립 여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환경부가 내놓은 프로젝트 자료는 환경부 자체안이 아닌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가 공동 협의를 통해 내놓은 관계부처 합동안으로 확인됐다. 프로젝트 작성에 참여 한 관계자는 "환경부를 포함 해수부 및 건교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결과물로 부처간 협의도 거쳤다"고 말했다.


투자계획의 경우에도 정부투자액 6859억원을 환경부와 해수부, 건교부가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이는 제안된 대안이 부처간 협의를 끝난 정부안임을 뒷받침한다.

서천민주단체연대 "나 군수 지지... 도지사 비난 도 넘으면 대항할 것"


이 처럼 나 군수가 정부안에 대한 검토의사를 밝히자 이 지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충남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이날 도청기자실를 방문해 나 군수에 대해 "답변이 애매하고 명쾌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또 "군민의 대표자가 그동안 (선착공 후보완) 의사 표시를 했으면 그만이지 왜 군수가 환경부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민들이 혼선을 빚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청도 사람이 바보 될까봐 걱정스럽다"며 "직접 서천군을 찾아 군민의 뜻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군수의 판단에 도지사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서천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 하고 있는 '서천민주단체연대(준)'는 "서천군의 정당한 결정에 대한 도지사의 비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도를 넘을 경우 대항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 처럼 정부안을 놓고 양 자치단체장이 상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사가 27일 오후 서천군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 자치단체장의 판단에 서천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향우 입장과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장항갯벌은 금강 하구 북쪽의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에 이르는 374만여평 규모의 매립예정지(새만금 북쪽 10㎞ 지점)로 18년 전인 지난 1989년 장항 군산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계획됐다. 이후 사업추진이 미뤄지다 2004년부터 사업지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