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이나와시로마치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②

등록 2007.02.08 14:10수정 2007.02.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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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와시로 지역 지도: 사진 윗부분에 반다이산이 보이고 사진 아래 부분에 이나와시로 호수가 보인다.
이나와시로 지역 지도: 사진 윗부분에 반다이산이 보이고 사진 아래 부분에 이나와시로 호수가 보인다.이상기

도로 왼쪽으로 이나와시로 호수를 끼고 이나와시로마치(猪苗代町)에 도착한다. 이나와시로 지역은 북쪽에 반다이야마(磐梯山: 1818.6m)와 남쪽에 이나와시로코(猪苗代湖)를 끼고 발달한 전형적인 산악 분지이다.

해발 1400m가 넘는 산들이 수두룩하며 이들이 모두 한때 용암을 분출했던 화산들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이나와시로 호수 외에도 큰 호수가 너 댓개는 더 있다.


이곳 이나와시로는 대표적인 온천 휴양도시로 스키장이 발달한 지역이다. 가는 데마다 온천이고 가는 데마다 스키장이다. 높게 솟은 하얀 설원 위에 펼쳐진 스키장 슬로프가 시원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평창이나 정선 지방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산과 들이 온통 하얀 눈이어서 훨씬 더 겨울 분위기가 나고 동화 속 세상에 온듯하다.

가라스 공예관에 전시된 유리 공예품: 그리스의 암포라를 응용해 만들었다.
가라스 공예관에 전시된 유리 공예품: 그리스의 암포라를 응용해 만들었다.이상기

먼저 호숫가에 있는 가라스 공예관을 찾아간다. 가라스가 무언가 했더니 영어의 글래스(Glass: 유리)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영어로는 'World Glass Museum'이었다. 차라리 영어가 더 이해하기 쉽다.

백조와 거북이 모양의 유람선이 호수 안에서 쉬고 있다.
백조와 거북이 모양의 유람선이 호수 안에서 쉬고 있다.이상기

세계 각국의 유리 공예품을 전시하고 또 판매하는 곳이었다.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2000엔짜리 복주머니가 있는가 하면 2~3만엔하는 고가의 유리 공예품도 보인다. 가장 비싼 것은 그리스식 암포라 모양을 한 유리병으로 색깔과 디자인이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화려하다.

전체를 한바퀴 돌고 나서 호숫가의 나가하마(長浜)로 간다. 이곳은 선착장으로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철이라 유람선이 운행하지 않는다.

호수에 버글버글한 철새들:청둥오리와 백조가 보인다.
호수에 버글버글한 철새들:청둥오리와 백조가 보인다.이상기
백조와 거북이 형상을 한 유람선이 두 대 나란히 서서 겨울의 한적함을 즐기고 있다. 그 옆으로는 백조와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떼 지어 놀고 있다.


새들이 어찌나 많은지 한마디로 바글바글하다. 백조와 청둥오리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기만 하면 도망을 치는데 이곳의 새들은 텃새가 다 되었는지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들과 사람이 공존하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야생성을 잃은 철새들의 측은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가까이 있으니 사진 찍기에는 참 좋다. 우리나라에서 야생 고니(백조)를 한번 사진 찍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 모른다.


다정해 보이는 백조 두마리, 저녁 나절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다정해 보이는 백조 두마리, 저녁 나절의 분위기와 어울린다.이상기
이제 저녁 어스름이 다가온다.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산악 지역이라 땅거미가 일찍 내려앉는다. 다시 차를 타고 우리가 오늘 묵을 료칸(旅館)으로 향한다. 노천 온천이 있는 전통 일본식 여관으로 기대가 크다.

호수에서 115번 지방도를 따라 가다 오른쪽으로 벗어나 산길을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 누마지리(沼尻) 온천 지역에 있는 다무라야(田村屋) 여관에 도착한다. 4층으로 된 리조트식 건물로 들어가 보니 전통적이면서도 단아하다.

우리가 들어간 방들은 전형적인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공간이 넓으면서도 아늑하다. 벽에는 산수화 족자가 드리워져 있고 문은 창호지가 붙여진 미닫이문이다. 바깥 창틀만 알루미늄 새시로 되어있을 뿐 나머지는 아주 일본적이다.

전통적인 료칸의 다다미방
전통적인 료칸의 다다미방이상기

짐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와 바로 식사를 한다. 일본에 와서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정식이다. 전체적으로 국과 밥에 일본식 반찬이 어우러진 상차림이다. 우리 음식에 비해 담백하고 달콤하다.

일본식 기무치도 먹을 만하다. 특히 밥을 퍼주는 나이든 여관 안주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여관은 한 가족이 일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 같았다.

정갈하게 보이는 일본식 정식
정갈하게 보이는 일본식 정식이상기


이나와시로마치는 어떤 곳?

후쿠시마현은 서부의 아이즈, 중부의 나카토오리, 동부의 하마토오리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이나와시로 마치는 이나와시로 호수 북쪽에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이다.

이와나시로는 아이즈 지방의 동쪽, 중부 나카토오리와 인접해 있는 교통의 요지이며 관광지이다. 이나와시로 지방은 지대가 높아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메밀을 이용한 소바가 유명하다.

이나와시로라는 마을 이름은 이 지역을 지배했던 이나와시로 가문에서 나왔다. 반다이산 남쪽 기슭에는 이나와시로 가문의 성인 카메가죠(龜ケ城)가 남아 있으며, 현재 공원이 되어 지역 주민의 휴게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나와시로 호수의 해발은 514m이고 마을 뒤에 있는 반다이산의 높이는 1819m이다. 1950년 반다이산 이나와시로 호수 주변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955년에 이웃 마을을 합병하여 이나와시로 마치가 생겼으며, 현재 인구는 1만8695명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은 센다이에서 시작해 도쿄로 이어진다. 약 10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은 센다이에서 시작해 도쿄로 이어진다. 약 10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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