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초상화이상기
차가 닛코 다리를 건너 쥬젠지 호수방향으로 가다 오른쪽으로 돌아 서참도로 올라간다. 도쇼쿠를 보기 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리 일행은 상신도(上新道)를 따라 오모테몬(表門) 앞에 이른다. 오모테몬은 말 그대로 도쇼쿠에 들어가는 바깥문에 해당한다. 이곳 닛코의 도쇼쿠, 린노지(輪王寺)와 다이유인(大猷院), 후타라산진자(二荒山神社)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 지역에 분포된 건축물은 도쇼쿠에 40동, 린노지와 다이유인에 38동, 후타라산진자에 23동 등 모두 103동이나 된다.
도쇼쿠는 에도 바쿠후(江戶幕府)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2-1616)의 무덤 겸 사당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도쿠가와는 시즈오까(靜岡) 출신으로 나고야 지역의 오카사키(岡崎)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추종하는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해 에도(도쿄) 바쿠후를 연 쇼군(將軍)이다. 도쿠가와는 처음에 고향인 시즈오카에 묻혔다가 이곳 닛코 도쇼쿠로 이장되었다.
▲돌로 만든 이시도리이: 사당이나 신사 앞에 세워 신성한 장소임을 표시한다.이상기
오모테몬 앞에는 돌로 만든 이시도리이(石鳥居)가 있다. 통상 신사 입구에 세워지며 신성한 곳임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도쇼다이곤겐(東照大權現)이라는 다섯 글자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일반적으로 도리는 우리가 신성시하는 솟대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의 솟대에도 새가 앉아있듯이 도리라는 글자에도 새조(鳥) 자가 들어간다.
그리고 오모테몬과 이시도리이 사이 오른쪽으로 오중탑이 서 있다. 1650년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1815년 불에 타 1818년에 재건되었다. 높이 35m의 5층탑으로 전통적인 일본의 목탑이다.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축소되어 날렵한 모습을 하는 우리의 탑과 달리 화려하면서도 둔중한 모습이다.
▲이시도리이와 오모테몬 사이에 있는 오중탑의 모습이상기
오모테문 좌우에는 인왕상이 있으며 우리의 사천왕상을 연상케 한다. 이들 두 인왕상은 도쇼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신장이 4m에 이르며 에도시대 초기의 조각 기법을 보여준다. 오모테문을 들어서면 오른쪽과 정면에 3채의 건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창고로 사용되는 산진코(三神庫)이다. 오른쪽부터 시모진코(下神庫), 나카진코(中神庫), 가미진코(上神庫)이다.
▲도어제에 참가한 무사들과 말의 모습이상기
이곳에는 5월 17일에 열리는 준비행사인 예제(例祭)와 소성제(逍成祭) 그리고 천명의 무사들이 임금을 가마에 태워 옮기는 행사인 도어제(渡御祭)에 필요한 옷을 보관하고 있다. 가미진코의 벽 위 기와지붕 옆면에는 흰색과 검은색 코끼리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있는 부조가 있다. 그리고 시모진코와 나카진코 사이 뒤로 사이조(西淨)이라 불리는 신들의 화장실이 있다.
오모테문 왼쪽에는 마구간에 해당하는 신큐샤(神廐舍)가 있다. 마구간이기 때문에 나무에 색칠을 하지 않았으며, 맞배지붕 형태의 소박한 건물이다. 이곳에는 세 마리 원숭이(산자루 三猿)의 일생을 보여주는 여덟 가지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이처럼 마구간에 원숭이가 조각된 것은 원숭이가 말에게 나쁜 역병(疫病)을 치료해 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신성한 곳에 참배하기 위해 손을 씻는 장소인 오미즈야이상기
신큐샤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신당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 장소인 오미즈야(御水舍)가 있다. 신성한 장소에 들어갈 때나 신성한 일을 행할 때는 손을 씻는 것은 동양의 전통적인 관습이다. 이 건물의 주두(柱頭)에는 물결무늬가, 지붕 아래에는 두 마리 용이 조각되어 있다. 이것은 물이 모여 물결을 이루고 이 물결을 타고 용이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 원숭이가 펼치는 여덟 가지 이야기 | | | |
| | ▲ 첫번재 부조: 엄마와 함께 있는 아기 원숭이 | ⓒ이상기 | | 첫 번째 부조는 엄마와 함께 있는 아기 원숭이이다. 한 인간의 유년기 모습을 보여 준다. 엄마가 아기를 지켜주기 위해 손을 눈 위에 갖다 대고 주변을 살핀다. 두 번째 부조는 어릴 때 배우는 세 가지 중요한 일, 즉 보고 듣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손을 귀와 입과 눈에 갖다 대, 보고 듣고 말할 때 조심해야 함을 강조한다.
세 번째 부조는 조금은 성숙해 보이는 원숭이가 뭔가를 그리워하며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나이가 조금 들어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해보는 듯도 하고 짝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겨있는 듯도 하다. 네 번째 부조는 친구를 만나 둘이 나무를 타며 즐겁게 노는 장면이다.
다섯 번째 부조에서는 원숭이가 세 마리로 늘어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친구를 사귀고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부조의 원숭이들의 표정이 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제 원숭이도 짝을 찾아 새로운 삶을 영위해야 함을 느끼는 것 같다. 여섯 번째 장면에서 원숭이는 짝을 찾아 구애를 한다. 한 마리가 나무를 타면서 재부를 보여 주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상대자의 표정은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일곱 번째 부조에서 이들 두 연인은 조금은 가까워진 듯 서로 마주 보고 손을 내민다. 마지막 여덟 번째 부조는 생명을 잉태한 모습이다. 사랑의 결실이 맺어져 새 생명의 탄생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이 단계를 지나면 첫 번째 부조로 돌아가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은 센다이에서 시작해 도쿄로 이어진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