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세키쇼서 아시호 조망을 못 보면...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⑫

등록 2007.02.28 14:35수정 2007.02.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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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의 역사를 과거로 돌이키면서 우리는 하코네 세키쇼로 향한다. 하코네마치 항에서 모토하코네 방향으로 약 500m쯤 가면 왼쪽으로 세키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세키쇼는 사람의 물자의 이동을 감시하는 일종의 검문소였다.

이곳 하코네 세키쇼는 일본의 4대 세키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으로 번소(番所: 사무실)와 구(廐: 마구간) 등을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인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하다.


하코네 세키쇼 정문(경구어문): 복원 공사로 세키쇼 내부가 어수선하다.
하코네 세키쇼 정문(경구어문): 복원 공사로 세키쇼 내부가 어수선하다.이상기
세키쇼는 정문인 경구어문(京口御門)을 통해 들어간다. 문 왼쪽으로 마구간인 구가 있고 바로 다음에 중심 건물인 대번소(大番所)가 있다. 대번소 건너편에는 부속 건물인 족경번소(足輕番所)가 있다.

현재는 이들을 모두 목조건물로 복원하고 말과 사람 그리고 당시 사용하던 집기 등을 만들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4월까지는 복원작업을 마친다고 하니 다음에 올 때는 제대로 된 관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원견번소로 오르는 돌계단: 오른쪽 위 검은색 건물이 원견번소이다.
원견번소로 오르는 돌계단: 오른쪽 위 검은색 건물이 원견번소이다.이상기
이 족경번소 뒤편으로 나 있는 계단을 약 50m쯤 올라가면 먼 곳을 감시하는 원견번소(遠見番所)가 있다. 이 번소는 검은색 나무로 만들어진 2층의 목조건물이다. 실제 그 안에 들어가 사방을 관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원견번소 언덕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아시호를 비롯해서 주변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최고의 조망대이다. 고마가타케(駒ケ岳)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이곳에서의 조망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원견번소에서의 아시호 조망
원견번소에서의 아시호 조망이상기
이곳을 내려와 후문을 지나 이시 호숫가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가면 세키쇼 자료관이 나온다. 이곳의 입장료는 300엔이다. 자료관 입구에는 당시 세키쇼를 지키던 무사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돌게 되어 있다.

처음에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에도와 교토를 잇는 중요 교통로 지도다. 교통로는 크게 세 갈래 길이다. 이중 남쪽의 하코네를 지나는 길이 그중 가장 평탄하고 빠른 길이었기 때문에 통행량이 가장 많았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검문소로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코네 세키쇼 주건물의 모습
하코네 세키쇼 주건물의 모습이상기
하코네 세키쇼는 에도 바쿠후 시대인 겐와(元和) 5년(1619년)에 처음 설치되었다고 전해진다. 도쿠가와 일가는 처음에 다이묘(大名)의 반역을 막기 위해 그의 아내를 인질로 에도에 두도록 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 아내가 에도를 벗어나 자신의 집으로 가는 것(出女: 데온나)을 감시하는 일이 세키쇼의 첫 번째 과제였다. 세키쇼에서 하는 두 번째 과제는 에도로 들어오는 병기와 포(入鐵砲)를 단속하거나 차단하는 일이었다.

여인들이 에도를 빠져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히도미온나(人見女): 조소로 된 전시품
여인들이 에도를 빠져나가는 것을 감시하는 히도미온나(人見女): 조소로 된 전시품이상기
세키쇼에 근무하는 사람은 20명이었다. 최고 책임자인 반가시라(伴頭), 부책임자인 요코메스케(橫目付)가 있고 그 아래 파수꾼인 3명의 조오반(定番)이 있다. 그리고 이시가루(足輕)와 코가시라(小頭)라 불리는 병졸들이 15명 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검문검색을 담당하는 히도미온나(人見女)가 따로 있다.

자료관의 주요 전시품으로는 에도 시대의 통행증, 무기, 갑옷, 고문서, 지도 등이 있다. 세키쇼 데가타(關所手形)라 불리는 통행증을 비롯하여 통행 규정을 어긴 자들에 대한 신상 기록과 처벌 상황, 세키쇼 일지, 당시 일본의 그림 지도, 투구와 갑옷 등 방어복, 화포와 화승총 같은 무기류, 불법을 저지른 자를 체포하는 도구, 오도시멘(おどし面)이라 불리는 위협 가면 등이 대표적인 진열품이다.


세키쇼 자료관에 전시된 당시의 통행증 및 고문서
세키쇼 자료관에 전시된 당시의 통행증 및 고문서이상기
그리고 당시 하코네 세키쇼의 모습은 안도 히로시게(安藤廣重)가 그린 풍속화에 잘 나타나 있다. 그의 그림 중에는 1856년부터 죽을 때까지 약 2년여 동안 그린 판화 시리즈 '메이쇼 에도 학케이'(名所江戶百景)가 유명하다. 이 판화 그림들에서 안도는 과감한 구성과 대담한 생략, 섬세한 필치를 이용, 에도 시대의 풍속과 생활상을 표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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