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네 오와쿠다니에서의 지옥 체험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⑩

등록 2007.02.24 09:10수정 2007.02.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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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箱根), 우리말로 하면 상자 모양의 뿌리이다. 여기서 뿌리란 아랫부분을 말한다. 글자의 뜻과 역사를 종합하면 화산 폭발로 생긴 상자 모양의 분지라는 얘기다. 하코네는 높은 산, 깊은 계곡, 넓은 호수로 이루어진 산간 고원지대이다.

하코네 가는 길에 본 후지산
하코네 가는 길에 본 후지산이상기
약 40만 년 1차 화산폭발로 후지산(富士山: 3776m)이 생겨났고, 2차 화산폭발로 하코네의 기본 모형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때 하코네에서 제일 높은 가미야마(神山: 1438m)와 고마가다케(駒ケ岳: 1356m)가 생겨났다.


그리고 세 번째 폭발이 오와쿠다니(大涌谷) 지역에서 일어나 하야가와(早川)를 막으면서 상류지역에 물이 고여 아시노코(芦ノ湖: 아시 호수)가 생겨났다. 오와쿠다니 화산 중심부에서는 아직도 지하에 유황이 끓어 가스와 수증기가 분출되고 있다. 오늘은 이곳 하코네를 찾아 살아있는 화산활동을 체험하는 날이다.

오와쿠다니 계곡: 유황 분말과 땅 밖으로 분출하는 수증기가 보인다.
오와쿠다니 계곡: 유황 분말과 땅 밖으로 분출하는 수증기가 보인다.이상기
도쿄를 떠난 차는 도쿄와 나고야를 잇는 도메이(東名) 고속도로를 달려 서남쪽으로 향한다. 가나가와현(神奈川縣)의 사가미가와(相模川)를 지나면서 지대가 높아지고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오다와라(小田原)시에 이르자 산악 지역이 나타나고 경치가 좋아진다. 이곳에서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 하코네 유모토(湯本)에 이른다. 이곳은 온천 지역으로 하루 묵으며 온천욕을 즐기는 곳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유모토를 지나 소운잔(早雲山)역까지 간다. 이곳 소운잔에서 우리는 버스를 오와쿠다니역으로 보내고 케이블카(Ropeway)로 갈아탄다. 오와쿠다니의 살아있는 화산활동을 보기 위해서다.

소운잔과 오와쿠다니역 사이를 운행하는 케이블카
소운잔과 오와쿠다니역 사이를 운행하는 케이블카이상기
1인당 810엔(¥) 하는 편도권을 끊어 케이블카에 오른다. 15명 정도 탈 수 있는 네모난 케이블카이다. 이 차가 경사지대를 올라 오와쿠다니 중심부 지역에 가까워 오자 바람이 불어 불안함을 느끼겠다. 아래에서는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또 끓어오른 유황의 잔해들이 누런빛을 띠고 있다.

자연연구로에서 바라 본 가미야마(神山)
자연연구로에서 바라 본 가미야마(神山)이상기
약 7분 만에 차는 오와쿠다니역에 이른다. 이곳에 내리니 고산지대인지라 바람이 심하고 공기가 대단히 차다. 저 앞으로 1438m의 가미야마가 보인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가미야마를 향해 나 있는 길(자연 연구로)인 지옥곡(地獄谷)을 따라 올라간다. '지옥'이라 그런지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나무들이 적다. 그것은 유황가스와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인해 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어떤 곳에는 뿌연 석회물 같은 것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게 바로 유황물이 끓어 분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올라오고 유황냄새가 비위를 상하게 한다. 이게 바로 지옥의 모습인 것 같다.

유황물이 끓어오르는 모습
유황물이 끓어오르는 모습이상기
이곳에 발을 들여놓고 그 속에 몸을 담그면 그게 바로 지옥에서 느끼는 고통일 것이다. 사실 탕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니 지옥을 직접 체험하지는 못한 셈이다. 그러나 보는 것을 통해 지옥을 가상 체험했으니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다듬는 기회가 되었다 할 수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오른쪽으로 후지산을 볼 수 있고, 길의 끝에는 휴게소가 하나 있다. 그 휴게소의 이름이 재미있게도 극락이다. 이곳에서는 지옥을 통과한 기념으로 구루이다마코(黑タマゴ)라는 검은 달걀을 먹는다. 유황물에 삶아서 달걀껍질이 검게 변한 것이다.

구루이다마코(검은 달걀) 마스코트
구루이다마코(검은 달걀) 마스코트이상기
추운데도 두 개를 먹는다. 한 개를 먹으면 7년을 더 산다고 하니 기분 좋게 먹는다. 6개들이 한 봉지에 값이 500엔(¥)이나 하니 결코 싸지 않은 달걀이다. 30분 정도 걸려 이곳 오와쿠다니 지역을 한바퀴 돌고 내려오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타고 우리 모두는 아시노코로 내려간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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