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요샤, 가라몬을 돌아 혼샤로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⑦

등록 2007.02.19 10:04수정 2007.02.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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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하려면 한문를 좀 알아야 할 것 같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문화유산에 대한 명칭이 온통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쉰세대들은 한문을 좀 아니 기본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개개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奧義)을 알기에는 역부족인 듯싶다.

신요샤: 신이 타는 가마를 모셔놓은 집
신요샤: 신이 타는 가마를 모셔놓은 집이상기
신여사(神輿舍)라는 한문을 보면 우리는 '신이 타는 가마를 모셔놓은 집'임을 알 수 있지만, 그냥 신여사라고 하면 신씨 성을 가진 여사님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요샤 천정에는 하늘나라의 여인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천녀무악도가 있다고 하는데 건물 밖 사방에 만들어 놓은 난간 때문에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신요샤 맞은 편에는 카구라덴(神樂殿)이 있다. 말 그대로 신을 즐겁게 하는 악기들을 보관하는 집이다. 이 건물 벽면에도 꽃바구니 조각이 아주 단정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림의 방식이 서양풍이라고 말한다.


카구라덴: 신을 즐겁게 하는 악기들을 보관하는 집
카구라덴: 신을 즐겁게 하는 악기들을 보관하는 집이상기
카구라덴을 지나면 기도전이 있고, 이곳에서 참배를 위한 등록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참배라는 개념보다는 관광이라는 목적에서 찾은 것이니 옆 통로로 해서 하이덴(拜殿)으로 들어간다.

가라몬: 제례시에만 혼샤로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사용된다.
가라몬: 제례시에만 혼샤로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사용된다.이상기
원래는 가라몬을 통해 하이덴으로 들어가야 하나 이렇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제례시 헌관들로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 혼샤(本社)는 배례를 하는 하이덴, 하이덴과 혼덴을 연결하는 이시노마(石の間), 신들이 사는 집인 혼덴(本殿)으로 이루어져 있다. 혼덴에는 가마쿠라 바쿠후를 세운 미나모토 요리토모(源賴朝),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에도 바쿠후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하이덴으로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이 촬영금지(No Photograph)이다. 신성한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혼샤 바깥으로 가라몬과 연결되는 벽체만을 겨우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하이덴에 들어가니 일본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집사의 안내로 예를 갖추고 있었다.

혼샤로 들어가다 만나는 벽면의 장식
혼샤로 들어가다 만나는 벽면의 장식이상기
신성한 분위기 속에서 건축과 그림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고 오래 머무를 수도 없고 해서 아쉽지만 잠시후 밖으로 나왔다. 이제 도쇼쿠의 하이라이트를 본 셈이다. 나중에 책에서 확인해보니 이곳 혼샤 곳곳에 국보가 천지였다.

혼샤를 나와 제대로 구경을 하려면 동쪽의 사카시다몬(板下門)을 거쳐 북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올라 오쿠샤(奧社)까지 가야한다. 오쿠샤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 5m짜리 청동보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도에서 도쇼쿠 관람을 마감한다.


혼치도: 이곳에서는 용의 울음소리(鳴龍)를 들을 수 있다.
혼치도: 이곳에서는 용의 울음소리(鳴龍)를 들을 수 있다.이상기
나오는 길에 요메이몬 바깥에 있는 혼치도(本地堂)에 들러 용의 울음소리를 들어 본다. 이곳의 천정에는 나키류(鳴龍)이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이곳의 집사가 그림 아래서 각목을 두드리니 그 소리가 천정에서 공명을 일으켜 건물 전체로 퍼진다. 그런데 그 집사가 그림 아래가 아닌 외곽에서 각목을 두드리니 전혀 공명이 없다. 천정화가 있는 부분에서만 소리의 반향이 일어나는 것이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이시도리이까지 나와 내려와 더 아래쪽 린노지를 바라다 본다. 린노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단체로 여행을 왔으니 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정할 수도 없고 정해진 계획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상신도 끝 누문(樓門)을 지나니 후타라산진자로 들어가는 다이도리이(大鳥居)가 보인다. 이곳 역시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후타라산진자 입구에 있는 다이도리이
후타라산진자 입구에 있는 다이도리이이상기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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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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