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쇼쿠 본전은 도우도리이에서 시작된다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⑤

등록 2007.02.14 11:55수정 2007.02.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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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앞에 걸려 있는 동종: 1643년 조선통신사들이 가지고 온 종이다.
종루 앞에 걸려 있는 동종: 1643년 조선통신사들이 가지고 온 종이다.이상기

동종의 명문: 예조참판 이식과 사직 오준의 이름이 보인다.
동종의 명문: 예조참판 이식과 사직 오준의 이름이 보인다.이상기
오미즈야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청동으로 만든 도우도리이를 지나면 계단 위로 요메이몬(陽明門)이 나타난다. 요메이몬으로 오르기 전 좌우에 종루와 고루가 있다. 좌우에 종루와 고루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중국식 절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종루와 고루의 문이 닫혀 있어 종과 북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나의 눈을 끄는 것은 종루 앞 정자에 걸려 있는 작은 동종과, 고루 앞 정자에 걸려있는 회전등롱(廻轉燈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종은 우리나라 조선에 보내온 것이고 회전등롱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보내온 것이다.


어쩐지 동종이 눈에 익더라니. 자세히 종을 들여다보니 "숭정임오십월일 조선국예조참판 이식찬 행사직 오준서(崇禎壬午十月日 朝鮮國禮曹參判 李植撰 行司直 吳竣書)"라는 한자 명문이 보인다. 1642년(인조 20) 10월 조선의 예조참판 이식이 찬하고 사직 오준이 글씨를 써서 만든 동종인 것이다.

나중에 기록을 통해 확인해 보니 1643년 윤순지를 정사, 조경을 부사, 신유를 종사관으로 하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했고, 종을 이곳 도쇼쿠에 걸기 위해 닛코를 방문하고 있다. 1643년 7월 27일 한여름 우리의 조상들이 방문하여 걸어 놓은 동종을 364년이 지난 1월31일 한겨울에 만날 수 있다니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이동(Back to the past)을 한 느낌이다.

일본의 국보인 요메이문: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국보인 요메이문: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이상기
흰색 기둥, 황금색 단청, 검은색 기와로 이루어진 요메이몬은 색깔과 조각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문은 하루종일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히구라시몬(日暮門)이라고도 불린다. 높이 11.1m, 폭이 7m인 요메이몬 바깥쪽 좌우에는 활을 들고 칼을 찬 두 명의 무사가 좌정하고 있다.

요메이문 바깥쪽 좌우의 무사
요메이문 바깥쪽 좌우의 무사이상기
요메이문 안쪽 좌우의 사자
요메이문 안쪽 좌우의 사자이상기

이들 무사 사이 가운데로 난 문을 지나면 마당 건너에 다시 본전으로 들어가는 가라몬(唐門)이 보인다. 요메이문 안쪽 좌우에는 사자 두 마리가 문을 지키고 있다.

이제 요메이문 안쪽에서 문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하얀색 대리석으로 기둥에 당초문이 새겨져 있다. 가이드는 이 당초문을 원숭이 문양이라고 말한다. 위의 동그라미 두 개가 눈에 해당하고 아래 동그라미 한 개가 코에 해당한다. 그럴듯한 설명이다.


당초문 기둥: 원숭이 얼굴로 해석하기도 한다.
당초문 기둥: 원숭이 얼굴로 해석하기도 한다.이상기
그런데 이 여덟 개 기둥 중 하나의 당초문양이 뒤집혀 있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문 안쪽 가운데 오른쪽 기둥의 문양이 뒤집혀 있다. 이렇게 한 것은 바로 악마의 시샘을 막기 위해서란다. 일본의 안내 책자에 보니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거꾸로 세운 기둥(魔除の逆柱)’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이 기둥에는 또한 새와 용 등 상서로운 동물을 조각하여 신비로움을 더하였다.

그리고 바깥쪽 네 개의 기둥과 안쪽 네 개의 기둥을 연결하는 옆면 벽에는 돋을새김에 화려하게 채색된 아름다운 모란꽃이 그려져 있다. 일본 사람들다운 원색적인 아름다움이다. 우리의 문양과 색깔이 은은하고 우아하다면 일본의 것은 직설적이고 화려하다. 이들 벽과 연결해서 마루가 깔려있는 주랑이 있으며, 이들 주랑은 창고 역할을 하기도 하고 본전 전체를 감싸는 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화려하게 만들어진 술통: 자신의 술이 최고라면서 자랑하고 있다.
화려하게 만들어진 술통: 자신의 술이 최고라면서 자랑하고 있다.이상기
왼쪽 주랑에 보니 우리의 소주 고리와 비슷한 술통이 쌓여 있다. 겉에 쓰여진 문구를 통해 쌀로 빚은 전통주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의 표현을 보니 과장이 좀 심한 편이다. '그윽한 솔(奧の松)'이라는 이름을 가진 술은 그 명성이 온 세상에 퍼졌단다. '물가의 학(澤の鶴)'은 천혜의 술로 천수를 누릴 수 있단다. '적성산(赤城山)'이란 술은 세계 최고봉이며, '준평(樽平)'과 '주길(住吉)'이라는 술은 신비로운 샘물로 만든 술 중의 술이란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은 센다이에서 시작해 도쿄로 이어진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은 센다이에서 시작해 도쿄로 이어진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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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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