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의 명문: 예조참판 이식과 사직 오준의 이름이 보인다.이상기
오미즈야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청동으로 만든 도우도리이를 지나면 계단 위로 요메이몬(陽明門)이 나타난다. 요메이몬으로 오르기 전 좌우에 종루와 고루가 있다. 좌우에 종루와 고루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중국식 절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 종루와 고루의 문이 닫혀 있어 종과 북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나의 눈을 끄는 것은 종루 앞 정자에 걸려 있는 작은 동종과, 고루 앞 정자에 걸려있는 회전등롱(廻轉燈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종은 우리나라 조선에 보내온 것이고 회전등롱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보내온 것이다.
어쩐지 동종이 눈에 익더라니. 자세히 종을 들여다보니 "숭정임오십월일 조선국예조참판 이식찬 행사직 오준서(崇禎壬午十月日 朝鮮國禮曹參判 李植撰 行司直 吳竣書)"라는 한자 명문이 보인다. 1642년(인조 20) 10월 조선의 예조참판 이식이 찬하고 사직 오준이 글씨를 써서 만든 동종인 것이다.
나중에 기록을 통해 확인해 보니 1643년 윤순지를 정사, 조경을 부사, 신유를 종사관으로 하는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방문했고, 종을 이곳 도쇼쿠에 걸기 위해 닛코를 방문하고 있다. 1643년 7월 27일 한여름 우리의 조상들이 방문하여 걸어 놓은 동종을 364년이 지난 1월31일 한겨울에 만날 수 있다니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이동(Back to the past)을 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