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橫浜) 항구의 물은 정말 깨끗하다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⑬

등록 2007.03.02 19:03수정 2007.03.0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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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에서 요코하마를 거쳐 도쿄로 이어지는 길
하코네에서 요코하마를 거쳐 도쿄로 이어지는 길이상기
하코네에서 도쿄로 가려면 오다와라를 지나서 해안선을 따라 나 있는 1번 국도 도카이도(東海道)를 타면 된다. 히라수카(平塚)와 후지사와(藤澤)를 거쳐 잠깐 도쿄의 관문에 해당하는 요코하마에 들린다. 도쿄만(東京灣)에 있는 도시로는 도쿄 외에 요코스카(橫須賀), 요코하마, 지바(千葉)가 유명하다.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해 있는 히카와마루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해 있는 히카와마루이상기
요코하마에서 처음 찾은 곳은 야마시다(山下) 공원이다. 공원 오른쪽 앞 바다를 가로 질러 베이브리지가 도쿄 쪽으로 이어지고, 앞 바다에는 히카와마루(氷川丸)이라는 이름의 배가 정박해 있다. 이 배는 요코하마의 대표적인 여객선으로, 과거에 요코하마와 시애틀 간을 운행했으나 현재는 운행하지 않고 이곳 항구에 상징적으로 정박하고 있다. 그리고 히가와마루 옆에는 마린 루즈, 마린 셔틀, 씨바스를 탈수 있는 부두가 있다.


공원 뒤로는 일종의 등대 구실을 하는 높이 106m의 마린 타워가 있다. 이 탑은 현재 요코하마 시내와 바다를 조망하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공원 왼쪽으로는 현대적인 오산바시 국제 여객터미널이 두드러져 보인다. 그 뒤로 꽤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빨간 벽돌 창고가 보이고 그 뒤로는 요코하마 코스모 월드의 대관람차가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히카와마루 닻줄에 앉아있는 갈매기떼
히카와마루 닻줄에 앉아있는 갈매기떼이상기
요코하마만의 일본 여인. 화사한 모습이다.
요코하마만의 일본 여인. 화사한 모습이다.이상기
공원과 해안을 산책하면서 우리 일행은 바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사람도 보고 여러 가지 기념물이나 조각들도 본다. 아 그런데 요코하마 항구의 물이 어쩌면 이렇게 깨끗한 것일까? 도쿄만이 비교적 넓게 트여서 그런 것도 같고 일본인의 환경의식이 투철해서 그런 것도 같다. 요코하마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바로 이 깨끗한 바다였다.

요코하마만의 일본 여인 2: 진지하다.
요코하마만의 일본 여인 2: 진지하다.이상기
그리고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은 야마시다 공원의 빨간 구두 소녀상을 통해 알게 된 빨간 구두 소녀 키미의 이야기였다. 노구치 우죠(野口雨情)는 1921년에 키미의 부모로부터 가난 때문에 딸을 선교사에게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을 듣고 빨간 구두(赤い靴)라는 시를 쓴다. 이 시는 나카야마 신페이(中山晋平)의 작곡으로 동요가 되어 널리 불리게 된다.

그리고 이 시와 노래에 근거해서 공원의 왼쪽에 청동으로 만든 빨간 구두 소녀상이 세워졌으며, 현재 요코하마의 명물이 되었다. 빨간 구두 소녀 키미는 바다 쪽을 향해 앉아 있다. 9살의 나이로 고아원에서 죽은 이 불쌍한 아이의 눈에 우수가 서려 보인다.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동상 옆 안내판에 적혀 있는 동시의 내용을 일본어와 우리말로 잠깐 옮겨 본다. 안내판에는 악보도 적혀 있다.


빨간 구두 소녀상
빨간 구두 소녀상이상기
'빨간 구두' 가사와 악보가 있는 안내판
'빨간 구두' 가사와 악보가 있는 안내판이상기
赤い靴

赤い靴 はいてた 女の子
異人 さんに つれられて 行っちゃった
横浜の はとばから 船に乗って
異人さんに つれられて 行っちゃった
今では 青い目に なっちゃって
異人さんの お国に いるんだろう
赤い靴 見るたび かんがえる
異人さんに 逢うたび かんがえる

빨간 구두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 어찌나 귀엽고 예쁘던지.
그 애가 외국인과 함께 떠나갔다네,
요코하마 항구에서 바다를 건너.
그 애는 그 사람과 함께 그의 고향으로 갔겠지.
그 애가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 애는 외국인처럼 파란 눈으로 변했을까?
나는 빨간 구두를 볼 때마다 그 애가 생각나고,
외국인을 볼 때마다 그 애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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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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