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이산의 전설과 게곤 폭포

겨울에 본 간또(關東)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⑨

등록 2007.02.22 11:06수정 2007.02.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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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젠지에서 바라 본 난타이산: 가운데 흰 봉우리가 난타이산이다.
주젠지에서 바라 본 난타이산: 가운데 흰 봉우리가 난타이산이다.이상기
닛코 국립공원의 최고봉은 난타이산(男體山)이다. 높이가 무려 2484m로 정상에 약 800m의 분화구가 있으며 일본의 명산 100개 중 하나이다. 산행은 5월 5일부터 10월 25일까지만 가능하며, 주쿠지(中宮祠)가 산행 기점이다. 난타이산은 현재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신성한 산이었다. 특히 여자와 마소(牛馬)는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애절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나무꾼이 난타이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한참 나무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래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 나무꾼은 소리 나는 쪽으로 가게 되었다. 아름다운 노래 소리로 보아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 것이라 짐작을 했던 것이다.


난타이산으로 들어가는 나무꾼
난타이산으로 들어가는 나무꾼이상기
그러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추하게 험상궂게 생긴 괴물이었다고 한다. 나무꾼은 소스라치게 놀라 집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나무꾼은 그 노래 소리를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다시 산으로 들어간 나무꾼은 괴물을 찾았고, 노래를 들으려 했다. 그러나 괴물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나무꾼은 노래가 듣고 싶어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 괴물은 배가 고파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대답을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무꾼은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들려주면 자신을 잡아먹어도 좋다"고 약속을 하고 만다. 괴물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나무꾼을 잡아먹었고, 괴물에게 잡혀 먹으면서도 나무꾼은 그 아름다운 노래를 기록으로 남겨놓았으니 그 노래가 바로 앞에 이야기한 이로하우타(いろは歌)라는 것이다.

게곤 폭포: 올 겨울은 비교적 따뜻해 얼음기둥을 볼 수 없다.
게곤 폭포: 올 겨울은 비교적 따뜻해 얼음기둥을 볼 수 없다.이상기
이 전설이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면 주젠지 호수에서 떨어지는 97m의 게콘노다키(華嚴ノ瀧: 화엄 폭포)는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이로하자카 내리막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게곤(華嚴) 폭포가 있다. 그러므로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 아래 부분까지 내려가야 한다. 폭포는 항상 올려다봐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보니 하얀 포말을 흩뿌리며 물결이 세차게 떨어진다. 날씨가 좀 더 추울 때는 얼어붙어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일부만이 언 상태이다. 그리고 여름에 비해 유량이 적어 웅장함은 덜한 편이다. 그러나 폭포의 규모나 낙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폭포가 주는 감동은 대단하다.

게곤 폭포 위 주차장의 나목(裸木): 겨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게곤 폭포 위 주차장의 나목(裸木): 겨울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이상기
폭포를 보고 이로하자카를 내려오면서 굽이굽이 돌때마다 상당한 위험을 느낀다. 그러나 노련한 운전사들이 완급을 조절하며 무리 없이 운전을 해서인지 안심이 된다. 그리고 커브를 돌 때마다 이곳이 몇 번째 굽이인지를 표시해 놓아 한굽이 한굽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고개를 내려오면서 몇 군데 작은 폭포를 볼 수 있고 또 길을 보수하는 건설사 직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보수를 위해 설치해 놓은 비개와 받침대를 보면서 이곳의 경사와 굴곡이 대단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굽이길을 벗어나 잠시 후 차는 닛코의 외곽을 지나 바로 기요다키(淸瀧)에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름도 재미있는 명충산(鳴虫山) 터널과 신주산(神主山) 터널을 빠져 나오자 지대가 한결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200m대의 주젠지 호수에서 500m대의 닛코를 거쳐 우츠노미야(宇都宮)로 향한다. 그리고 우츠노미야에서 도쿄까지는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이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번 여행(지난 1월 30일∼2월 3일)의 주제는 간또 지방의 근대와 현대문화 보고 듣기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정치의 중심이 간사이에서 간또로 넘어갔으며, 그 근현대의 흔적을 찾아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약 15회에 걸쳐 간또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한 일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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