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줄 쳐진 월평공원, "여기는 포클레인 금지구역"

"대전의 생태 보루, 몸으로 지키겠다"

등록 2007.03.18 19:00수정 2007.03.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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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전지역 23개 단체로 구성된 월평공원-갑천 생태계지키기주민대책위 회원들이 월평공원 관통도로 통과지점에서 금줄을 치고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전지역 23개 단체로 구성된 월평공원-갑천 생태계지키기주민대책위 회원들이 월평공원 관통도로 통과지점에서 금줄을 치고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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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심규상


물의 날(3월 22일)을 앞둔 17일 오후,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이 대전 갑천 상류에 금줄을 쳤다.

근방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자 친 게 아니다. 월평공원을 관통하는 터널과 교량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포클레인과 개발론자들의 출입을 막자는 금줄이다.

@BRI@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곳인지라 금줄은 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만들었다. 다만 솔가지 대신 수백 장의 노란 천에 월평공원 보존을 기원하는 글을 적어 끼웠다.

금줄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솟대다. 조상들이 솟대를 통해 하늘에 있는 신이 오르내린다고 생각했듯 인간 세상의 생태환경이 하늘 신의 도움으로나마 지켜지기를 바라는 염원에서다.

대전시는 기존 대전도심과 개발 중인 서남부권을 동서로 잇는 서남부지역 광역교통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구 내동 교통방송국 쪽에서 유성구 도안동 목원대 앞 3거리까지(총 1.8km) 직선도로를 내겠다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이를 위해 양 사이에 가로막힌 산자락 7부 능선에 470미터의 구멍을 뚫어 터널 길을 내고, 갑천을 가로지르는 대형 다리(350m)를 놓겠다는 계획이다.

a 월평공원 관통 터널 구간에 세워진 솟대.

월평공원 관통 터널 구간에 세워진 솟대. ⓒ 오마이뉴스 심규상

대전시는 새로 개발 중인 서남부권을 인구 20만명을 목표로 개발하는 만큼 동서를 연결하는 관통도로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증가를 억제하고 남북으로 연결된 대중교통 축을 연결하면 동서로를 뚫지 않더라도 서대전-유성-둔산 등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대전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하면서 자연생태공원을 훼손하는 대규모 공사를 벌이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관통터널 및 교량 건설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사구역이 대전도심 속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월평공원, 주변 습지와 갑천 습지에는 원앙, 황조롱, 수달, 미호종개 등 법정보호종과 개구리매, 새매, 흰목물떼새,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이삭귀개(식충식물), 봄처녀나비, 늦반디불이 등 희귀종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월평공원의 울창한 숲은 대전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도로건설로 차량 통행이 증가할 경우 생태계의 보고를 스스로 훼손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 대전의 생계계 보루로 꼽히고 있는 월평공원. 이곳에는 법적 보호종인 수달과 미호종개 등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곳이 대전시 유성구다.

대전의 생계계 보루로 꼽히고 있는 월평공원. 이곳에는 법적 보호종인 수달과 미호종개 등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곳이 대전시 유성구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부초등학교 김영태 학생은 "물이 맑고 경치가 좋아 자주 놀러 왔는데 터널이 뚫리고 도로공사가 완료되면 물이 더러워져 더 이상 놀러올 수 없어 심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신현섭 회원은 "대전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웠다"며 "자연환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시민의 이름으로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선포한다"며 "오늘은 금줄치기와 인간띠를 이어 의지를 표명하는 데 그쳤지만 대전시가 공사를 강행할 경우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전시 관계자는 "월평공원의 생태계 가치는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친환경적인 설계와 공법으로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사업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대전시는 1998년 대전 신탄진에서 가수원교를 연결하기 위해 월평공원을 통과하는 갑천 우안고속화도로를 건설하려 했으나 생태계 가치가 인정되면서 노선이 변경되고 재정문제 등이 겹치자 사업을 폐기한 바 있다.

한편 대전시는 현재 개발 중인 서남부권과 도심을 연결하기 위해 월평공원 관통도로(동서대로 8차로 1.8㎞) 개설을 위해 1543억원을 투입, 올해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1년까지 건설을 끝마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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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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