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부엌을 함께 쓴다는 것은 단순한 공유 이상의 깊은의미가 있는 것 같다유신준
잠시 후에 일을 마무리하고 들어온 식구들이 아내가 쪄낸 만두 앞에 앉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잘 익은 만두다. 일본에도 만두는 있지만 한국의 김치만두는 처음이란다. 식구들이 하나씩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반색을 한다. 만들어 쪄내기가 바쁘게 김치 만두가 동이 나 버렸다.
매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딸 교코조차도 만두를 맛있게 잘 먹는다. 음식만큼 좋은 선물이 없구나. 들고 올 때는 무거워서 짐이 되었던 김치를 이곳까지 잘 가져왔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태풍 때문에 시기를 잘못 선택해 온 것 같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김치만두로 그 미안함을 조금 던 것 같다.
만두를 만들어 먹은 후 여행일정 대로 다카야마씨 댁으로 출발하려 했으나 절대만류. 심하면 태풍에 떠밀려 가 죽을 수도 있다며 절대로 나가면 안 된단다. 할 수 없이 태풍예보방송을 보며 가족들과 쉬었다. 불행히도 이 지역이 밀려오는 태풍13호 진로의 정면에 놓여 있다.
옛날 기억이 나서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잠시 밖으로 나왔다. 그의 집 앞에는 전에 없던 공원이 만들어져 있었다. 슈의 설명에 따르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쓸데없는 공원이란다. 국민은 가난해도 나라가 부자니 예산이 풍부하여 쓸데없는 시설만 늘려간다는 것. 그것이 경제대국 일본의 비극이라는 것. 대학생이라 그런지 현실인식이 상당히 비판적이다.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거봉을 이용해 만드는 와인공장을 견학하러 나갔는데 태풍 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아서 그냥 돌아왔다. 점점 다가오는 태풍 때문에 세상이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중이다.
태풍 한가운데서 열린 한일 국제오목경기
저녁을 메밀소바로 간단히 때우고 온가족이 태풍대비에 들어갔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공민관으로 대피한 사람도 있단다. 거실에는 만일에 대비해 헬멧과 양초가 준비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결국 정전이 되어 버렸다. 다카야마씨가 식탁위에 양초를 켜놓더니 이것도 나중에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거라며 웃는다. 그는 항상 낙천적이어서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