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새벽녘. 배는 이미 도착해서 하카타 항구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유신준
입항시간이 다 되었는지 사람들이 줄을 서고 내릴 준비를 한다. 맡겨둔 자전거가 염려되어 승무원에게 물으니 줄의 맨 앞으로 안내해준다. 얼른 내려서 확인해보라는 배려다. 하카타항에 내려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쳤다.
자전거는 다 괜찮은 것 같다. 세관검사대에서 자전거와 복장을 보고는 어디까지 여행할 계획이냐 물으며 잘 다녀오란다. 에스컬레이터로 아래층에 이동하니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린다. 우중에 드디어 후쿠오카 땅을 밟았다.
후쿠오카에서 종종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하카타’라는 지명은 2개 지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바람에 남겨진 것이다. 원래 후쿠오카 성터가 있던 동쪽 지역이 후쿠오카, 상인의 지역인 서쪽 텐진과 하카타역 근처가 하카타 지역이었다.
그러던 것이 후쿠오카라는 지명으로 통합되어 하나의 도시를 이루게 되었던 것. 지금도 지역 곳곳에 하카타라는 지명의 흔적이 남아있다. 후쿠오카 항구는 ‘하카타’항, 신칸센의 시발역이 되는 ‘하카타’역도 선택된 지명 후쿠오카를 제치고 공식명칭으로 쓰인다.
비 때문에 후쿠오카에서 하루 묵을까도 생각했지만 예정대로 출발하기로 했다. 비가 오면 어떤가. 비오는 날 자전거여행도 추억으로 남으리니. 출발할 때 준비해 온 커다란 비닐봉지를 비옷대용으로 쓰기로 했다. 졸지에 둘 다 우비소년이 되어 빗속을 출발했다.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모습이라서 남들 눈길이 좀 신경쓰이지만 비맞는 불편함보다 훨씬 낫다.
길가의 택시운전사들에게 길을 물어 지리를 확인하고는 한참을 달렸다. 역시 자전거의 나라답게 인도와 차도의 인접부분에 턱이 거의 없이 평평하다. 길바닥도 색상의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장식되어 달리는데 지루하지 않다.
비는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도로 사정은 자전거 주행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도심주행은 역시 매연이 심각하다. 특히 빗길 오르막에서 내뿜는 대형트럭의 매연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다.
마침 배고픈 참에 길가에 식당이 눈에 띄어 들렀다. 라멘집과 패스트푸드점, 전통 일식집 세 곳이 줄지어 서 있다. 메뉴를 비교한 결과 가장 안쪽의 일식집이 괜찮은 것 같아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쪽에 반찬을 진열해놓고 골라먹도록 한 시스템. 맛있어 보이는 반찬 몇가지를 골랐다.
밥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주인이 직접 퍼준다. 적은 것 중간 것 고봉밥이 있는데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역시 일본답다.아내는 중간 것 나는 고봉밥을 시켰다. 밖에 비가오거나 말거나 우리는 첫 아침밥을 양껏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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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출발한 자전거 여행, 고생도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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