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의 고통은 정상에 올랐을 때 보상받는다.유신준
오르막이 계속된다. 그리 심한 경사는 아닌데 한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이다. 아침부터 지구전이다. 기어를 낮추고 자세를 조금 높인다. 언덕길을 오르는 전투자세다. 공기저항의 고려가 필요 없는 곳이니 편한 자세 일수록 좋다. 페달링은 적당하게 한다. 페달링이 너무 빠르면 기어 효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느리면 힘이 많이 든다.
기어는 효율이다. 한없이 낮춘다고 해서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어가 클수록 빨리 갈 수는 있지만 역시 페달링이 힘들어 진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기어비를 찾아야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인생은 적당한 페달링의 조화를 몸에 익혀가는 과정일 것이다.
몇 개의 구불구불한 산모퉁이를 돌아 오르니 드디어 정상이다. 오르막의 고통은 정상에 올랐을 때 충분히 보상을 받는다. 잠시 물병을 꺼내들고 땀을 식히며 정상의 기쁨을 음미한다. 목을 축이노라니 맞은편에서 아침 햇살이 비친다. 이곳이 후쿠오카현과 구마모토현의 경계가 되는 고쿠리(小栗)고개다.
"나는 세상에서 내리막이 제일 좋아"
힘들게 고개를 오르고 정상을 지나면 내리막길의 보너스가 준비돼 있다. 그래서 세상은 살 만 한거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는 법이니. 내리막을 앞서 달리던 그녀가 소릴 지른다.
"나는 세상에서 내리막이 제일 좋아."
이번에는 내리막을 한동안 달렸다.
아무리 길어도 내리막은 잠깐이다. 시간상으로도 그렇겠지만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도 오르막의 힘들던 기억이 훨씬 크다. 페달 위에 발만 올려놓은 채 얼마나 신나게 달렸을까. 가다보니 드디어 오른편에 휴게소처럼 생긴 곳이 나타났다.
어제 맘씨 좋은 농기구 수리점 아저씨가 알려주었던 그 미치노에키다. 미치노에키가 어떤곳이냐 하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 휴게소가 일반도로에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미치노에키는 도로여행자의 편의를 위한 휴식공간이다. 규슈지역에만 92개소가 등록돼있으며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곳에는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방된 공중화장실과 휴게실, 공중전화, 주차장 등이 있다. 주로 여행자를 위한 휴식 공간 기능을 하지만 자동차의 접근성을 이용하여 지역특산품도 팔고 있는 곳. 물론 식당과 찻집도 구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