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야마씨 댁. 오래된 집이기도 하지만 묵직한 색상덕에 고풍스런 느낌이 난다유신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맞다. 슈는 아버지 다카야마씨의 작품 같은 존재다. 몇 년 전에도 도쿄에서 집까지 20여 일이나 걸려 중간에 병원에 입원하는 고난까지 겪으면서도 홀로 자전거 여행을 끝까지 수행해 낸 장본인이다.
사랑스런 자식일수록 힘든 여행을 시켜라. 아버지의 지론에 슈가 수긍해서 실행한 '부자합작' 자전거 여행이었다. 슈와 이야기를 해보면 작은 다카야마가 느껴질 정도로 아버지와 생각이 많이 닮았다.
딸 쿄코(杏子)는 고2 학생이다. 몇 년 전에 놀러 갔을 때는 싹싹하고 붙임성있는 아이였는데, 이젠 제법 어른스러워져 처녀티가 난다. 슬그머니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으니 건넌방 아빠 쪽을 가리키며 집게손가락을 입에 댄다. 다른 건 개방적이신데 이성교제는 엄격하시단다.
부모님께서 특별히 공부하라고는 하지 않지만 자신의 목표가 있으니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중. 어디를 가나 고2는 고달픈 시절이다.
10년 세월을 건너온 인연의 끈
다카야마씨와는 인연은 10년이 넘는다. 한참 일본어 공부에 재미가 붙었을 때 자유여행으로 후쿠오카를 택했고, 그때 동행한 멤버 세 사람 중 하나와 줄이 닿아 방문했던 곳이 바로 다카야마씨의 과수원이었다. 10년 세월동안 인연의 끈이 소멸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준비해간 파김치가 진짜 '파김치'가 되었지만, 맛이 최고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국경을 넘어 마음이 통하듯 맛도 서로 통하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제일 흐뭇한 법. '오이시(맛있다)'라는 표현 하나로 아내는 산 넘고 바다 건너온 수고를 모두 잊었다.
음식은 정성이다. 김치가 맛있었던 것은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집에서 손수 담가서 그곳까지 가지고 간 정성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김치종류는 물기가 많은 짐이어서 취급하기도 어렵고, 무거운 물건들이라 가져갈 때 힘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그렇게 힘들게 가져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