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사토역은 한시간에 완행전차가 서너번 있는 무인역이었다유신준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번씩 잡았던 우츠노미야씨네서 좀 더 머물다 올 걸. 총리 딸내미 유우코를 따라 아소에라도 놀러 갈걸. 후회해봤자 모두 지나버린 일이다. 땡볕아래서 땀을 흘리며 분해하느라 시간이 상당히 걸렸고(화가 나서 더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니시사토 역이 육교식 홈이라서 건너편 후쿠오카 방면 승강장에 짐을 옮기는데도 힘이 많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 말이 없어졌다.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오후2시가 넘었다. 여러 가지 실망이 겹쳐 점심 생각도 별로 없다. 두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이런 상태로 여행을 계속할 수 없다. 나흘이나 남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해 버릴까도 생각했다. 여행일정중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급기야 아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해외까지 나와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다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결국 우리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난 일은 다 지나가 버린 일이다. 다시 시작하자. 어떻게 잡은 일본여행 계획인데 이렇게 그냥 말 수 있는가.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 자전거를 손보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다시 여행계획을 짰다.
아내가 찍어온 비디오를 보면 구마모토를 떠날 즈음부터 그녀의 명랑한 나레이션이 사라져 버린 것을 알 수있다. 여행이 재미없어졌다는 증거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즉석 인터뷰도 하고 장면소개도 하던 그녀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사라진 채 그냥 화면만 흐른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모르고 그냥 지나치겠지만 우리가 보면 묘한 감정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변화다.
문제가 터지는 통에 후쿠오카에서 보내야할 시간이 갑자기 많아졌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우여곡절들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여유있는 여행 일정이 확보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기차 안에서 만났던 사람이 섬에 가보라고 조언했던 것이 생각났다.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부담도 안되고 한적하고 좋은 곳이라며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추천해준 곳이다. 늦은 여름휴가니 배를 타고 섬에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섬에 가보기로 했다. 노코노시마(能古の島)라는 후쿠오카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덧붙이는 글 | 2006년 9월 15일부터 25일까지 떠났던 일본 규슈 자전거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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