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분해를 해서 포장을 해야 한다. 쓰지않는 옥매트 커버를 이용.유신준
자전거를 차량으로 이동하려면 분해를 해서 포장을 해야 한다. 시판되는 자전거가방이 있지만 옮겨야 할 자전거가 두 대나 되다 보니 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어디선가 옥매트 커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서 쓰지 않는 옥매트 커버를 찾아 넣어 보니 딱 들어맞는다. 커버에는 옥매트 무게를 지탱할 튼튼한 손잡이까지 달려서 자전거 가방으로 제격이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특히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 ‘여행 기록’이다. 소형 수첩을 2권이나 준비해 갔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기억은 한계가 있고, 기록만큼 중요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좀 더 알차게 기록하기 위해 아내는 소형 비디오와 1시간짜리 테이프 5개를 준비했고, 나는 평소에 사용하던 작은 카메라 S1IS를 배낭에 넣어두었다. 카메라의 저장 메모리 1기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화질을 떨어뜨린 작은 화면으로 세팅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처럼의 여행기록을 고화질로 남겨둘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여행기간 동안 최대 600장 정도를 촬영할 수 있는 용량이 확보되었다.
대부분 처음 여행계획을 짤 때는 대충 머리로 그리고 느긋하게 시작하게 되지만, 2주 정도 앞두면 점점 구체성을 띠게 되고 출발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 그건 그냥 시간의 블랙홀이 돼버린다. 여행의 설렘에 들떠서 하루하루 다가오는 여행일정에 빨려 들어가 버리는 느낌. 어어 하는 사이 금방 출발일이다.
출발 하루 전 배편을 부탁한 여행사에서 확인하는 전화가 왔다. 여권을 잘 챙기고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의 카멜리아 창구 앞에서 오후 6시까지 보잔다. 비로소 이제 가는구나 실감이 난다.
얼마 후 다시 여행사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 배표를 부탁할 때 자전거여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참고삼아 선박회사 담당자와 통화해봤는데, 자전거를 직접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게 규정이 변경되었단다.
수하물 접수시간인 오후 5시 반까지 와서 절차를 마쳐야 한단다. KTX예약시간을 다시 계산해보니 접수시간까지 도착하기는 힘든 시간이다. 부랴부랴 철도공사 홈에 다시 들어가 기존예약을 취소하고 시간을 앞당겨 2시 5분 기차를 예약했다. 위약금은 조금 물었지만 번거로운 절차 없이 집안에서 편리한 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으니 인터넷이 얼마나 고마운지.
출발 당일 아침에 천천히 출발하려 했으나 그게 어디 쉬운가. 긴 여정을 앞두고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시간에 늦어 허둥대는 것보다 일찍 도착해서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을 택하기로 하고 아침 9시에 집을 나섰다.
뉴스를 들으니 일본 아래쪽에서 규슈를 향해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좀 심란했으나 이미 꽉 짜인 계획을 어쩔 수가 없다. 모처럼 자전거 여행길에서 만나는 것이니 태풍도 즐겁게 경험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