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더러 뜻하지 않았던 행운을 만나기도 하는 법인가 보다.유신준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높은 담으로 둘러쳐진 곳이라서 그런지 아늑하고 푸근하다. 아마 보호받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밖에는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다.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데 다시 유우코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를 온천에 데려가고 싶다는 것이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가니 차에 시동을 켜놓고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다른 차에 타고 유우코의 차에는 우리 부부만 태웠다. 온천까지 가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이것저것 묻는다. 거침없이 명랑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다. 서른 살이나 먹었었다는 처녀가 좀 점잔을 뺄 법도 한데 그런 게 없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좋은 환경에서 참 밝게 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도중에 유우코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주말에 이곳 별장에서 300명 정도 손님을 초청해 파티를 열 거란다. 그 파티를 도와주기 위해 내일 도쿄에서 친구들이 많이 오기로 했는데, 아소산에 경치가 기가 막힌 곳에 모이기로 했다면서 우리도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그곳에서 놀다가 저녁에나 이곳 별장에 돌아올 예정이라며, 가능하다면 내일 아침 10시까지 아까 차가 있던 곳으로 나오란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살고 있는 별장도 이곳저곳 소개해 주겠단다. 아내에게 유우코가 한 말을 설명해주고 생각해보자고 했다.
유우코가 안내한 온천에 들어갔다. 훌륭한 시설이다. 프런트에서 열쇠를 받아들고 한 시간쯤 후에 만날 약속을 하고 조금 불안해하는 아내와 헤어졌다. 언어가 자유롭지 못하니 그도 그럴 것이, 상황을 눈치 챈 유우코가 자기들이 잘 돌봐 줄 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남탕 쪽에서 옷을 넣기 위해 수납함을 찾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를 보더니 이곳이 아니라고 한다. 그 사람이 가리켜 준 곳은 귀빈실. 옷을 벗어놓고 뜨끈한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누워있으니 한결 기분이 좋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행운도 다 만나는구나.
| | | 다츠다 자연공원 | | | |
| | ▲ 다츠다 자연공원 안에 있는 다실 고쇼켄(仰松軒) | | | 다츠다(立田) 자연공원은 옛날 구마모토의 영주 호소카와(細川)가의 영지였던 곳이다.
노목으로 둘러싸인 숲 속에 조상대대의 묘가 있는 절로 건립된 다이쇼지(泰勝寺)가 있고, 무인이면서 다도에서도 일본 국내 제일이라던 호소카와 다다오키(細川忠興)의 다실 고쇼켄(仰松軒)이 있다.
뜰 안에는 일세를 풍미했던 영웅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공양탑도 볼 수 있다. 시설들은 국가 및 현의 명승,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마모토 대학 북서부에 있는 다츠다야마 산기슭에 있는 이곳은, 1955년부터 호소카와가에서 구마모토 시에 대여해 다츠다 자연공원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조용하고 아취 있는 시민 휴식장소로 인기가 높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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