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m 높이의 후쿠오카타워. 일본에서 제일높은 해변타워다.유신준
아무리 주변경치가 좋은 곳이라도 사방이 툭 터진 곳은 잠자리로 불안하다. 이곳은 경관은 좋은데 주거공간으로 아늑한 맛이 없다. 텐트 칠 곳이 없어 난감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젠 별걸 다 따진다.
텐트 경험이 없는 아내는 여전히 바깥이 불안해 잠을 설치고 있다. 일상탈출을 위한 경험이니 이 정도는 견뎌야지 어쩌겠나. 설핏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잠귀가 밝은 아내가 밖에 인기척이 있다며 흔들어 깨운다.
여자가 그렇게 불안하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뭔가 올 것이 왔나보다 싶었다. 어두울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인데. 좀 뒤가 켕기기는 하지만 별 수있나.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 한 사람이 서있다. 자세히 보니 경비원 복장을 한 사람이다.
순찰을 돌다가 텐트를 보고 왔단다. 이곳은 텐트 금지구역인데 밤도 늦었고 하니 그냥 자다가 아침 일찍 떠나라는 것이다. 분명 일반에 공개한다는 안내를 보고 왔는데 텐트는 예외인가 보다.
한번 잠이 깨고 나니 다시 잠도 오지 않는다. 일상탈출 경험도 이만하면 됐고 텐트는 이제 그만 졸업하고 싶어진다. 날이 밝으면 어디 호텔이라도 찾아봐야겠다고 뒤척이고 있는데 먼동이 터온다.
불그레한 아침하늘 사이로 후쿠오카 타워가 점점 선명하게 다가온다. 해변타워로는 일본에서 제일 높다는 곳이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을 새벽 산책삼아 걸으며 주변을 살폈다. 주위가 밝으면 이렇게 낭만적인 풍경을 만드는 텐트가 어두워지면 왜 그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지.
오늘은 노코노시마에 가기로 한날. 아침 일찍 배를 타고 들어가 맛있는 해산물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짐을 정리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사람과 자전거를 포함해서 왕복요금이 천엔 정도.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일본의 공공요금치고는 싸다. 마침 떠나는 배가 있어 서둘러 섬을 향해 출발했다.
섬까지는 가까웠다. 눈앞에 보이는 섬이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스쳐가는 바닷물의 포말도 싱그럽고 뱃전에서 맞는 바닷바람도 왠지 휴가기분을 느끼게 해서 좋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바로 하선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선 식당부터 찾아야 한다.
섬에만 가면 해산물이 풍부한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줄 알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작은 섬이라서 어디에도 아침을 하는 곳이 없다. 식당 몇 곳이 있지만 점심때나 돼야 영업을 시작한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후쿠오카에서 도시락이라도 준비해 올 걸. 풍부한 해산물은 고사하고 당장 아침조차 굶게 생겼다.
한적한 섬 노코노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