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한 날씨에 아내의 컨디션이 최상이다.유신준
힘들면 쉬어가며, 때로는 비어 있는 버스승강장에서 눕기도 하며, 오후 4시경에 다치바나에 도착했다.
주 노선인 국도 3호선에서 빠져나와 진입로를 따라 마을에 들어섰다. 전형적인 일본의 촌락이다. 마을 안쪽에 신사를 끼고 있고 골목마다 오래된 건물들이 보인다. 출발 전 다치바나 정도에서 묵는 게 좋겠다는 슈의 조언대로 이곳에서 우선 텐트를 칠 장소를 찾았다.
마침 동네 가운데 오래된 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야구놀이를 하고 있다. 바닥도 고슬고슬하고 공중변소가 있는데다가 비가 오면 피할 수 있는 시설까지 있다. 공원 옆에 사는 분에게 이곳에 텐트를 쳐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모기가 좀 많을 거라고 걱정한다.
좀 이르긴 하지만 이곳에 자리를 정하자고 하자, 아내는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시간이 아직 이르니 좀 더 가면서 더 좋은 곳을 찾아 보잔다. 일본까지 왔으니 최소한 온천욕 정도는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아무려면 이 넓은 땅에 우리가 텐트 칠 장소가 없겠느냐며 호기를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바쁜 길에 주위를 구경할 여유도 잊은 채 오로지 적당한 텐트자리를 찾아 달리기에만 몰두했다. 가도 가도 텐트를 칠만 한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준비해 온 안전 깜박이까지 배낭 뒤에 켜놓은 상황이다.
대형트럭들은 여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위협적으로 굉음을 내며 지나간다. 길가에 학교 한군데를 발견하고 올라갔다. 입구에 있는 수영장 부근이 콘크리트 바닥이라서 깨끗하다. 직원인 듯한 사람이 지나가기에 허락을 구했다. 자기는 퇴근하는 중이고 조금 있다가 경비원들이 올 텐데 허락하지 않을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