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용궁사 건너편은 동장사지붕. 도시 한복판에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유신준
귀국 전날 아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기념품을 샀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일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예산을 고려해야하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즐거움마져 방해하지는 못한다. 몇 군데 상점가를 돌며 이곳저곳 기웃거려 선물 몇 가지를 골랐다.
선물을 준비하다보니 우리들을 위한 선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선물을 사는데. 그래 우리를 위한 선물도 하나 사자. 아내는 고르고 골라 침대 옆에 둘 2천엔짜리 터치 등을 샀고 나는 그동안 배우고 싶어 하던 키보드를 골랐다. 만 2천엔 짜리.
원래는 집에 키보드가 있었다. 딸이 쓰겠다고 가져가는 바람에 하나 있었으면 하던 차에 키보드가 눈에 뜨인 것이다.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면서 늘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물건. 그러면서도 기어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또 키보드에 손이 가는 걸 어쩌랴.
가격은 꽤 저렴한데 소리를 들어보니 늘상 듣던 전 것보다 청명한 느낌이다. 만엔 이상은 충동구매하지 않기로 했으니 하룻밤을 자고나서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고 일단 돌아왔다. 결국 그리 비싸지도 않고 생활을 풍부하게 해줄 물건이니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끙끙거리며 가져와서 비좁은 호텔방에 들여놓았다. 바라 볼 때마다 즐겁다. 남들에게는 사소한 것들이고 별 의미가 없겠지만 우리에게 특별한 것들이다. 이것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일본에서 보냈던 열흘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출국날 아침에 짐을 챙기는데 어제 구입한 키보드가 부피도 크고 무게도 있어 걱정스럽다. 키보드 뿐만 아니라 헌책도 페니어에 가득해서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것 같다. 택배 편을 알아보니 국제택배가격이 키보드만 보내는데 2만 2천엔이란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것도 유분수지. 가격을 듣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는 택배회사 직원이 우체국택배가 좀 쌀 것 이란다. 우체국 택배가 아무리 싸다해도 만엔을 넘어설 것 같아 택배는 포기하기로 했다. 물건값보다 옮기는 비용이 비싸다니. 그냥 끌고 가보자.
자전거에 무리하게 짐을 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