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미터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세 등의 기준이 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인상할 뜻을 밝힌 가운데, 이에 대해 우리 국민 10명 중 약 5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2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5983명 접촉, 응답률 8.4%)을 대상으로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국민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이랬다.
Q "작년 9월 정부가 집값안정화를 위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종합부동산세 인상, 대출규제 강화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의 뜻을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시까?"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0%가 찬성한다고 답해, 33.2%를 기록한 반대한다는 응답을 오차범위(±4.4%p)를 넘어 앞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우 찬성' 19.0%, '찬성하는 편' 28.0%를 기록했고, 반면 '매우 반대'와 '반대하는 편'은 각각 15.9%와 17.3%에 그쳤다(모름/무응답 19.8%).
이 결과는 공시가격 인상을 놓고 '현실화론'(정부여당)와 '세금폭탄론'(자유한국당)이 맞서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세금폭탄론이 크게 먹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달 초인 8일 "정부의 공시가격이 세금폭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며 "공시가격이 오르면 상당수 서민에게 세금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그간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집값 오른만큼 조정돼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있다"며 "공시가격과 시세가격 차이가 큰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30~60대 모두 '찬성' 우세... 초고가주택 밀집한 서울은 '팽팽'
▲ 단독주택 공시가격, 고가 많이 뛴다 이달 25일 최종 발표되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서울의 고가주택과 집값 급등지역에서는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최대 2∼3배에 달해 소유자들의 보유세, 증여·상속세 등 각종 세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수도권 저가주택과 지방 주택은 인상폭이 낮아 지역별, 가격대별 인상 편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단독주택 모습. 2019.1.6 ⓒ 연합뉴스
이번 조사 결과를 응답자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두 찬성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40대가 찬성이 66.2%로 가장 높았고(반대 24.9%), 50대가 찬성 47.9%(반대 35.6%), 30대가 찬성 43.5%(반대 26.8%) 순이었다. 60세 이상은 찬성이 45.4%로 반대 38.8%보다 높았지만 두 응답의 차이(6.6%p)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반면 20대의 경우만 반대 37.6%, 찬성 29.6%로 오차범위 안에서 반대가 많았다(8%p 차이).
지역별로 살펴보면, 초고가 단독주택이 대부분 몰려있는 서울의 경우 찬성 41.6%, 반대 38.6%로 오차범위 내인 3%p 차이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경기/인천(찬성 51.3%)과 대전/충청/세종(찬성 53.1%), 광주/전라(찬성 60.5%), 강원(47.4%) 지역 모두 찬성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부산/경남/울산(찬성 39.7%, 반대 42.8%)과 대구/경북(찬성 37.9%, 반대 36.5%)은 오차범위 내에서 찬반이 팽팽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찬성 67.7%, 반대 16.5%)과 정의당 지지층(찬성 64.6%, 반대 23.4%)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고,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찬성 26.0%, 반대 59.0%)과 민주평화당 지지층(찬성 33.1%, 반대 46.4%)에서는 반대 응답이 높게 나왔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찬성 33.5%, 반대 35.4%로 팽팽했다.
이념 성향별로 놓고 보면, 진보 성향 응답자(찬성 62.5%, 반대 21.5%)는 찬성 답변이, 보수 성향 응답자(찬성 33.7%, 반대 52.7%)는 반대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가운데, 중도 성향 응답자는 찬성 49.8%, 반대 35.3%로 찬성 의견이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누리집에서 참조할 수 있다.
"공시가격 정상화에 국민들 의견 모아진 것"
그동안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돼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18년 공시가격 상위 10위 초고가 주택과 서울시 실거래가 내역을 비교한 결과, 이들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평균 시세반영률은 53%에 머물렀다. 아파트 공시가격이 시세의 60~70% 수준에서 정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세금 책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낮으면,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도 낮게 책정된다.
이번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수준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세금 폭탄이라고 했지만, 댓글 등 여론을 보면 공시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며 "공시가격 정상화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도 "무주택 서민들이나 1주택자, 투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부동산 보유세가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 동의한 것"이라며 "정부가 공시가격 책정 등 부동산 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내일(24일) 김현미 장관이 직접 나서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관련한 공식브리핑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