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당'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결정에 대해 국민의 절반 가량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501명(총 통화 1만695명, 응답률 4.7%)을 대상으로 선관위의 '비례○○당' 명칭 사용 불허 결정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민주당' 또는 '비례자유한국당' 처럼 기존에 있는 정당 명칭 앞에 '비례' 글자만을 붙이는 정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1번. 매우 잘된 결정이다
2번. 대체로 잘된 결정이다
3번. 대체로 잘못된 결정이다
4번.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긍정평가(매우 잘된 결정 + 대체로 잘된 결정)가 52.8%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부정평가(매우 잘못된 결정 + 대체로 잘못된 결정)는 33.9%로 나타났다(모름/무응답 13.3%). 4점 척도로 살펴보면, "매우 잘된 결정"이라는 강한 긍정이 33.8%로 가장 높았고, "대체로 잘된 결정"이라는 약한 긍정은 19.0%를 기록했다. 반면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는 강한 부정은 21.5%, "대체로 잘못된 결정"이라는 약한 부정은 12.4%였다.
대부분 지역·연령층에서 긍정평가 높아
한국당 지지층 68.9%, 새로운 보수당 지지층 55.4%, 보수층 55.3% "잘못된 결정"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과 연령층에서 긍정 평가가 높았다. 광주/전라 지역이 72.3%로 제일 높았고, 경기/인천, 서울, 대전/세종/충청 지역도 각각 긍정 평가가 55.3%, 51.2%, 50.6%에 달했다. 40대의 경우 긍정 평가가 66.4%였고, 30대와 50대도 각각 59.4%, 56.3%였다. 20대 역시 긍정 46.9% - 부정 35.4%로 긍정평가가 높았다.
부산/울산/경남(긍정 41.7% - 부정 45.3%), 대구/경북(45.0% - 40.2%), 60세 이상(40.1% - 41.6%)에서는 긍부정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다.
주목할 점은 지지정당 및 이념성향별 분석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79.9%, 정의당 지지층의 77.7%가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한국당 지지층의 68.9%, 새로운 보수당 지지층의 55.4%는 반대로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이념적 진보층의 경우 76.5%가 긍정평가를, 보수층의 경우 55.3%가 부정평가를 내려 완전히 갈렸다.
표본 수가 가장 많은 중도층은 긍정 49.5% - 부정 39.5%로 긍정평가로 기울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기본적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보다 많이 확보할 목적으로 기존 정당이 소위 위성정당을 추가로 창당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등록을 신청하는 등 비례투표용 정당을 만들려는 한국당의 시도가 다수 국민의 공감을 확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한국당으로서는 단순히 명칭 문제 뿐 아니라 국민 정서의 벽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당, 불리하지만은 않다?... 위성정당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
▲ 지난 6일 오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비례투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총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 유성호
그렇다면 한국당의 시도는 이대로 좌절할 것인가? 그렇게 속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어차피 선거를 위한 전술인 만큼,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전체 유권자가 아니라 지지층의 반응이 중요할 수 있다. 이번 선관위 결정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평가한 한국당 지지층의 68.9%, 새로운 보수당 지지층의 55.4%, 이념적 보수층의 55.3%가 한국당으로서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연구소장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긍정 여론이 높게 나오긴 했지만, 부정 여론이 33.9% 나온 것이 오히려 한국당으로서 고무적일 수 있는 결과"라며 "그들은 실제 투표장에 가서 한국당의 위성정당에 표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려는 한국당으로선 30% 지지만 받아도 대략 10석 내외가 확보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분석했다.
선관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한 한국당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론조사가 진행중이던 14일 "비례한국당을 대신할 정당명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자유한국당 앞이나 뒤, 또는 중간에 무엇이든 끼워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통합 논의가 진행중인 한국당 일각에선 '통합 신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고, 기존의 자유한국당을 위성정당화해 비례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얘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통화 1만695명 가운데 5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4.7%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사후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