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중 약 6명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언론사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4명은 "매우 찬성" 입장을 밝혀 적극 긍정의 뜻을 표했다.
<오마이뉴스>는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총 통화 6946명, 응답률 7.2%)을 대상으로 언론사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찬반 의사를 물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최근 허위·왜곡 정보로 악의적·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경우 일반 손해배상보다 몇 배 높은 배상을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언론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언론사도 포함하는 방안에 얼마나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1. 매우 반대한다
2. 반대하는 편이다
3. 찬성하는 편이다
4. 매우 찬성한다
5.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찬성이 61.8%로 나타나 반대 29.4%보다 2배 이상 많았다. 4점 척도로 보면, "매우 찬성" 40.6%, "찬성하는 편" 21.2%, "반대하는 편" 16.9%, "매우 반대" 12.5%로 찬성쪽으로 강하게 기울어진 결과를 나타냈다. "잘 모르겠다"는 8.8%였다.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4.4%p)
모든 연령대 찬성 우세... 충청권 "찬성" 85.8%
진보, 찬 79%-반 11% / 중도, 찬 61%-반 36% / 보수, 찬 51%-반 46%
조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지역과 모든 연령대에서 찬성이 우세했다.
권역별로는 특히 대전/세종/충청에서 찬성 85.8%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매우 찬성"이 65.8%에 달했다. 이어 광주/전라(77.2%), 부산/울산/경남(58.7%), 서울(58.6%), 인천/경기(57.4%) 순으로 찬성이 높았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찬성 45.5% - 반대 45.6%로 팽팽했다.
세대별로는 모두 찬성이 높았다. 40대(찬 69.3% - 반 28.6%)와 30대(찬 67.9% - 반 27.1%), 50대(찬 65.3% - 반 25.0%)에서는 찬성이 반대의 2배 이상이었다. 70세 이상(찬 59.7% - 반 33.8%)과 60대(찬 56.6% - 반 32.6%), 18·19세 포함 20대(찬 50.4% - 반 31.3%)에서도 역시 찬성이 우세했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을 제외한 진보층과 중도층 모두 찬성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진보층은 찬성이 79.1%로 압도적이었는데, "매우 찬성"이 66.8%에 달했다. 중도층 역시 찬성이 60.9%로 반대(36.1%)를 큰 차이로 앞섰다. 반면 보수층은 찬성 50.7% - 반대 45.5%로 팽팽했다. 보수층은 "매우 찬성"이 35.6%였지만, "매우 반대"도 26.5%로 만만치 않았다.
지지정당별 상황도 비슷했다. 민주당 지지층(찬 86.6% - 반 5.0%)은 찬성이 압도적이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 42.0% - 반대 50.6%로 팽팽했다. 무당층은 찬성 58.4% - 반대 28.6%로 찬성으로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은 찬성이 84.3%로 압도적이었고, 부정 평가층은 찬성 45.9% - 반대 47.0%로 비등했다.
민주당, 2월 국회 처리 공언했지만... 만만치 않은 반발
▲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발족 기자회견. 양기대 간사와 위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악의·고의적인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 지역 및 세대를 막론하고 상당히 광범위하게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여론의 기저에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꼴찌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실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이루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과 포털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언론 장악 시도'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여론조사가 실시되던 9일 서울의 한 복지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형벌도 가하고 재산상에 피해도 주고 해서 언론을 위축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조급하게 하려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언론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2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미디어 관련) 여섯 개 법안은 갈아 엎어야 하는 밭은 놔두고 잡초를 뽑겠다며 알곡까지 죽일 제초제와 다를 바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법안 심의를 중지하고 언론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일단 민주당은 2월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간사를 맡은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야당의 반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라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야당은 '언론 길들이기'라고 하지만,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민생개혁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