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박덕흠 의원(3선,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이 소속정당인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면서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박 의원의 국회 활동이 사적 이해관계와 얽혀 있는 이해충돌이라는 여론이 그렇지 않다는 여론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건설업계 출신 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및 위원으로 활동해온 5년간 그의 일가 기업들이 피감 기관의 공사를 다량 수주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3일 하루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총 통화 1만715명, 응답률 4.7%)에게 박덕흠 의원 관련 이해충돌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Q. 박덕흠 국회의원이 국토교통위 위원과 간사로 활동했던 기간에 가족 운영 회사가 피감 기관으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박덕흠 의원 측은 해당 분야 전문업체로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한 정상적인 공사 수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박덕흠 의원 상임위 활동이 직무와 이해관계가 결부된 이해충돌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혹은 동의하지 않으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방향 배열)
1번. 매우 동의한다
2번. 어느 정도 동의한다
3번.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4번.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9%가 박 의원의 국토위 활동이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7.7%였다. 두 응답의 격차는 8.2%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4.4%p)에 살짝 걸쳐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6.3%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4점 척도로 살펴봤을 때 '매우 동의한다' 30.3%, '어느 정도 동의한다' 15.6%,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15.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22.2%였다. 동의와 부동의 모두 강한 쪽으로 쏠렸는데, 특히 강한 동의 응답이 제일 높은 상황을 알 수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이해충돌" 다수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도 "이해충돌" 응답 많아
"잘 모르겠다" 응답도 상당수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세종·충청(동의 52.6% - 부동의 31.1%)에서 차이가 컸고, 서울(51.0% - 33.9%), 광주/전라(50.8% - 37.4%) 경기/인천(47.1% - 29.1%) 순으로 '동의' 응답율이 높았다. 대구/경북(동 40.0% - 부 42.8%)에서는 동의와 부동의 여론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동 34.8% - 부 57.1%)에서는 '부동의' 응답이 높았다.
세대별로는 50대(동 55.0% - 부 35.1%), 40대(50.3% - 36.2%), 30대(46.1% - 36.1%), 18·19세 포함 20대(40.2% - 29.7%) 순으로 '동의' 응답이 많았다. 특히 50대는 '매우 동의'가 40.2%에 달했다. 20대에선 '잘 모름' 응답이 30.2%로 매우 높았다. 70세 이상에선 '동의' 42.5% - '부동의' 41.8%로 팽팽했고, 60대(동 37.9% - 부 51.4%)에서는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동 59.8% - 부 30.0%) 응답자들은 '동의' 쪽으로 쏠렸고, 중도층(43.6% - 36.2%)에서도 '동의'가 다소 높았다. 보수층(42.3% - 41.8%)에선 동의와 부동의가 비슷했다.
민주당 지지자(동 54.4% - 부 34.8%)들은 적극적으로 이해충돌 지적에 동의했다. 박 의원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지지자(동 42.7% - 부 35.4%) 사이에서도 '동의' 쪽이 높게 나왔는데, '잘 모름'도 21.9%로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동 53.1% - 부 35.0%)은 '동의' 쪽으로 쏠렸고, 부정평가층(41.0% - 40.5%)은 팽팽했다.
당에 부담될 수 없다며 탈당 선언... 국민의힘 진상조사 무산될듯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당시 피감기관들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박덕흠 의원은 23일 "최근 저와 관련해 불거진 '카더라'식 의혹은 제 개인 문제로 끝까지 진실 소명하면서도 당에는 더 이상 부담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했다"라며 탈당할 뜻을 밝혔다(관련 기사 : 박덕흠, 국민의힘 탈당선언... "당에 짐 지울 수 없다"). 탈당계가 수리될 경우 국민의힘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이려던 계획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문건설협회중앙회장을 지낸 박 의원은 더 이상 건설사 사장이 아니지만 형제와 아들 등이 여러 건설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9·20·21대 국회에서 5년여의 기간 동안 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국토위로부터 감사를 받는 국토교통부 등이 발주한 공사를 박 의원 가족이 다량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규모는 3000억대 이상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박 의원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정상적인 수주였고, 자신이 보유한 3개 건설사의 비상장 주식을 백지신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식은 팔리지 않았다. 박 의원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이며, 이외에도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재임 시절 시세보다 200여억 원 더 높은 가격에 골프장을 구매하는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수사를 받게 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1만715명을 접촉해 최종 500명의 응답을 받았다. 조사방법은 무선(80%)·유선(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이용한 임의 전화걸기 자동응답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