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주춤'하고 있다. 2021년 6월 4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정례조사 결과, 윤석열은 1위를 지켰지만 2주 전보다 선호도가 하락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이 흔들리는 조짐이다. 반면 2주 전 조사에서 야권 6위였던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번 조사에서는 야권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1일(월)~22일(화)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14명(3만4939명 접촉, 응답률 5.8%)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2.3%를 기록했다. 5회 연속 선두지만 6월 2주차(6월 7~8일 조사, 10일 발표)보다 2.8%p 하락한 수치다.
2위는 22.8%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2주 전보다 0.3%p 빠졌다. 1~2위 격차는 9.5%p로 여전히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p) 밖이지만, 지난 조사(12.0%p)보다 줄어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p 하락한 8.4%였다. 2회 연속 하락이다.
그 다음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 4.1%(▼0.5%p)로, 역시 2회 연속 하락이다. 조사 당시 대선 출마선언 일정을 예고한 상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0.9%p 상승해 3.9%를 기록했다. 사정기관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무릅쓰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3.6%로 나타났다. 이전 조사(1.5%)보다 2.1%p 상승한 수치로, 아직 1위 윤석열 전 총장과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 범보수·야권에서는 2위 홍준표 의원과 불과 0.5%p 차이밖에 나지 않는 3위다. 덕분에 범보수·야권의 선호도 1~3위 대선주자 모두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무소속 혹은 공무원 신분인 상황이 됐다.
그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0.6%p, 3.2%),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0.0%p, 3.0%), 정세균 전 국무총리(▲0.4%p, 3.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0.2%p, 2.6%), 이광재 민주당 의원(▼0.1%p, 1.7%), 최문순 강원도지사(▼0.1%p, 1.0%),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0.7%p, 0.9%) 순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0.7%였고, 이번에 새로 포함된 하태경 의원도 0.7%였다. '기타인물'은 1.4%(▲0.3%p), '없음'은 3.7%(▲0.1%p), '잘모름'은 3.0%(▲0.9%p)로 집계됐다.
범보수·야권 주자군(윤석열·홍준표·최재형·오세훈·유승민·안철수·하태경)의 선호도 합계는 0.7%p 줄어들며 49.5%를 기록했다. 범진보·여권 주자군(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이광재·최문순·심상정·박용진)은 0.6%p 낮아진 42.4%였다. 양 진영 간 격차는 7.1%p로 지난 조사(7.2%p)와 대동소이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1.6%, 민주당이 28.8%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국민의당 7.9%, 열린민주당 4.8%, 정의당 3.9% 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부정평가가 58.9%(매우 잘못 43.4% + 잘못한 편 15.4%)로 2주 전보다 1.2%p 하락했다. 긍정평가는 36.4%(매우 잘함 22.6% + 잘한 편 13.8%)로 1.1%p 상승했다.
[가상대결] 윤 47.7% vs. 이재명 35.1%... 윤 50.1% vs. 이낙연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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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 이재명, 윤석열 대 이낙연 두가지 경우를 가정한 가상대결은 모두 윤석열 우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2주 전 조사에서 두 경우 모두 윤석열이 과반의 선호도를 점했던 판세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었을 때, 윤석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7.7%였다. 지난 조사보다 3.5%p 하락한 수치다. 반면, 이재명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1%로 1.4%p 상승했다. 격차는 12.6%p로 2주 전보다 4.9%p 줄었다. 부동층은 17.3%로 2.2%p 늘었다.
윤석열 대 이낙연 가상대결의 경우 윤석열 50.1% - 이낙연 29.2%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총장은 역시 2.3%p 하락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도 0.8%p 하락했다. 격차는 20.9%p로 1.5%p 줄었다. 부동층은 20.8%로 2주전보다 3.2%p 올랐다.
윤석열에 결집했던 국민의힘 지지층, 다소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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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총장의 선호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구·경북, 충청권, 부산·울산·경남, 20대와 50대, 70세 이상, 진보층과 중도층 등 여러 계층에서 고루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14.3%p, 36.9%)의 낙폭이 상당했다. 대전·세종·충청(▼7.5%p, 30.4%), 부산·울산·경남(▼2.8%p, 40.1%)에서도 하락했다. 세대별로 18·19세 포함 20대(▼7.3%p, 23.2%)와 50대(▼7.0%p, 30.9%)의 하락이 두드러졌고, 70대 이상(▼6.2%p, 44.7%)과 40대(▼2.0%p, 24.0%)도 선호도가 빠졌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도가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윤 전 총장 선호도는 2주 전에는 63.5%였지만, 이번에는 58.6%로 4.9%p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이 계층에서 6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당 지지층(▼4.1%p, 50.4%)과 무당층(▼6.4%p, 18.8%)에서도 선호도가 다소 하락했다.
'X파일' 거론했던 장성철 소장 "윤 하락은 X파일보다는 최재형 때문"
▲ 윤석열 전 총장이 '주춤'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도가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윤 전 총장 선호도는 2주 전에는 63.5%였지만, 이번에는 58.6%로 4.9%p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이 계층에서 6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윤 전 총장 모습이다. ⓒ 연합뉴스
이번 조사는 윤 전 총장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사퇴한 사건,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이 공개적으로 '윤석열 X파일'을 거론하며 '검증 통과'에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일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X파일 논란이 윤 총장의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까? 하지만 장성철 소장은 "X파일 문제는 윤 전 총장 지지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권 공방이) 정치공작·사찰 프레임으로 가면서, 국민들이 X파일을 윤석열 전 총장 개인의 악재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윤 전 총장 지지율의 조정은 오히려 최재형 감사원장의 출마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 이후, 최 원장의 사퇴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 둘이 맞물리며 각자의 지지율이 어떤 방향을 가리킬지 두고 봐야 한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7월부터는 급속히 대선 국면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며 "변수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흥미로운 경선이 각 당에서 펼쳐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최근의 잡음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X파일보다는 전언 정치 논란, 국민의힘 입당 시기 혼선, 대변인 교체 등이 더 주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X파일의 악영향은 조금이다. 유권자들이 아직까지 지켜보는 단계라고 봐야 한다"라며 "X파일 자체보다는 윤석열 전 총장의 전반적인 대응 역량이 심판대에 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X파일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영향을 좀 미쳤다"라며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엄 소장은 "윤석열 전 총장에게서 빠진 지지율이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일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보수·야권 지지자들이 '플랜B' 가능성을 타진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90%)·유선(1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1년 5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2018년 11월부터 매월 한 차례 마지막 주에 해오던 <오마이뉴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는 이번달(2021년 6월)부터 매월 격주(2·4주)로 두 차례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