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진상조사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비서실 직원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이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이 피소 하루만에 사망하면서 수사의 길이 막힌 상황이다. 하지만 고소인을 비롯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에 의뢰해 14일(화)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총 통화 1만6579명, 응답률 6.1%)을 대상으로 진상조사 필요성 여부에 대해 물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요구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 2번 무작위 배열)
1번.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2번.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진상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64.4%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진상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 6.5%)
모든 지역, 연령, 성별에서 '조사 필요' 다수
20~30대 남성·여성 모두 70% 넘어... 20대 여성 79.9% 최다... 50대 여성 53.2% 최소
중도층 68.3%, 진보층 53.2% "조사 필요하다"
민주당 지지층 '필요' 41.4% - '불필요' 50.8%
모든 지역과 연령, 성별은 물론 이념성향에서 '조사 필요' 응답이 더 높았다. 특히 젊은층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20대의 76.1%, 30대 70.8%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70%대를 기록했다. 이어 40대 63.4%, 60대 60.5%, 70세 이상 58.7%, 50대 56.1% 순이었다.
성별로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여성 64.9%, 남성 63.9%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별×연령별 교차로 살펴보면, 20~30대는 남·녀 모두 '조사 필요' 응답이 70%를 넘었는데,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79.9%를 기록해 가장 높았고, '조사가 불필요' 응답은 17.8%로 가장 낮았다. 반면 50대 여성의 경우 '조사 필요' 응답이 53.2%로 모든 성별-연령별 계층 중에서 가장 낮았다. '조사 불필요' 응답은 38.9%로 가장 높았다.
권역별로는 경기·인천 지역에서 '조사 필요' 응답이 6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경북 67.0%, 서울 64.9%, 대전·세종·충청 62.5%, 부산·울산·경남 62.0%, 광주·전라 51.3% 순이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 중도, 보수층 모두에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에 높게 나타났다. 보수층의 77.8%, 중도층의 68.3%, 진보층의 53.2%였다.
지지 정당별로는 미래통합당 지지층의 86.7%, 정의당 지지층의 71.4%, 무당층의 74.2%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50.8% - 41.4%로 '조사 불필요' 응답이 더 높았다. 열린민주당 지지층은 조사 불필요 45.2% - 조사 필요 42.9%로 팽팽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은 85.2%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긍정 평가층은 50.1%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조사 필요 41.3%).
문제는 조사의 주체와 방식... "서울시" 지명 우세 속에 통합당은 "검찰이 나서야"
▲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인이 되었지만 이와 별개로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조사의 주체와 방식이다.
13일 기자회견을 연 고소인 측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과 서울시, 정부, 국회, 정당을 열거하며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매우 많은 주체를 지명했지만, 방점은 서울시에 찍혀있다. 고소인측은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이라며 "규정에 의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하게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조금 결이 다르다. 청문회, 국정감사, 특검 등을 거론하고 있는 통합당은 검찰에 방점이 찍혀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자체가 아닌 서울시의 은폐 및 경찰의 기밀 누설로 초점을 옮기면 검찰의 수사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그냥 지나가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진상조사의 주체는 서울시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서울시에서 진상조사와 직장 내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도 이날 오후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