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권력 교체기, 남한과 북한이 합의해 개성공단을 선제적으로 재가동하는 것은 어떨까?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0명(총 통화 9,275명, 응답률 5.4%)을 대상으로 '선제적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미국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시기에 남한과 북한이 합의해 선제적으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방안에 대해서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반대한다"는 응답이 45.8%, "찬성한다"는 응답이 43.6%로 나타났다. 불과 2.2%p 차이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안에서 팽팽한 결과다. "잘 모르겠다"는 10.6%였다.
민주당 지지층 76.4% '찬성' - 국민의힘 지지층 76.6% '반대'
선제적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찬반은 권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광주/전라(찬성 66.9% - 반대 31.3%)와 대전/세종/충청(53.5% - 34.6%)에선 찬성이 많은 반면, 대구/경북(찬성 34.1% - 반대 60.6%)과 서울(32.1% - 52.2%), 부산/울산/경남(38.9% - 49.7%)에선 반대가 더 많았다. 인천/경기에선 찬성 46.2% - 반대 43.1%로 팽팽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찬성 40.8% - 반대 54.1%)와 70세 이상(35.4% - 48.8%)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다. 나머지 40대(찬성 46.2% - 반대 45.7%)와 50대(46.2% - 44.0%), 18·19세 포함 20대(43.3% - 42.2%), 60대(47.1% - 41.7%)에서는 찬반이 엇비슷했다.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76.4%가 찬성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76.6%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무당층에서는 반대(53.9%)가 찬성(25.7%)보다 많았지만, '잘 모름'도 20.4%에 달했다. 이념성향별로도 비슷한 패턴이었다. 진보층은 70.8%가 찬성하고 보수층은 61.5%가 반대하는 가운데, 중도층은 찬성 35.4% - 반대 55.9%로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평가 긍정층은 찬성쪽으로(찬성 76.3% - 반대 14.2%), 부정층은 반대쪽으로(찬성 14.5% - 반대 75.3%)로 쏠렸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 공백기, 남쪽이 치고 나가야" 주장 본격 대두
▲ 미국의 한반도 정책 공백기에 남과 북이 합의해 개성공단 등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권 당시 중단된 이래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북한이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을 당시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는 개성공단 업체 직원들을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취재진이 차량출입구앞에서 대기중인 모습이다. ⓒ 권우성
권력 교체기에 미국의 명시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개성공단 재개 등 남쪽이 한발 앞서 나가 미국을 견인한다는 구상은 매우 논쟁적인 주제임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준다. 그런데 '반대' 응답 45.8%에는 미국의 동의 없는 개성공단 재가동 반대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재가동 자체에 반대하는 여론이 혼재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찬성' 응답 43.6%는 그냥 재가동이 아닌 '선제적 재가동'이라는 적극적 의사에 동의한 수치임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산업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재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9일 중소기업중앙회는 바이든 당선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은 지속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개성공단 재개와 한미연합훈련 연기 고민할 때'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변화의 초입에서 한반도 운명의 당사자인 남북의 주체적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개성공단 재개 선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공백기가 당분간 이어질 텐데, 이때 과거처럼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을 할 경우 남북 관계가 더 심각하게 냉각될 수 있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정상화, 종전 선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추진 등 대형 이슈를 통해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이 지사의 개성공단 재개 주장은 엉뚱하고도 황당하다"라며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지금은 개성공단 재개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 더 촘촘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며 "미국 대선이 더 강한 한미 동맹과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뜻 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 개성공단은 언제 다시 문을 열수 있을까? 지난 2013년 9월 중단 160여 일 만에 재가동된 개성공단의 모습이다.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근로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