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3명 중 약 2명은 법정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데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10명 중 약 8명이 정년 연장에 찬성 입장을 보여, 정년 연장 이슈를 놓고 세대간 갈등 조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응답률 6.3%, 오차범위 ±4.4%p)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아래와 같다.
Q. 현재 만 60세인 노동자의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무작위 배열)
1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찬성한다
2번.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고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으므로 반대한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찬성 응답이 과반을 넘긴 다수인 66.4%로 나타나, 반대 응답 27.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모름/무응답 6.1%). 모든 연령, 지역, 직업,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이거나 과반을 넘겨,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대책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향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대별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20대의 압도적 다수인 79.0%가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고 답해 전 연령대에서 찬성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30대는 찬성 응답이 68.3%, 40대는 두번째로 높은 73.5%로 나타나 모두 전체 찬성 평균보다 높았다. 오히려 고연령층인 50대가 57.3%, 60대 이상이 58.6%로, 상대적으로 찬성 응답이 낮았다. 이 결과는 정년 연장 논의에서 자주 우려점으로 등장하는 '세대갈등론'이 기우이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년층의 정년이 연장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실업률에 악영향을 끼쳐 세대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정년 연장에 대한 반대 논거 중 하나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대의 경제적 자립이 점점 더 늦어지는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 대부분을 받는 20대가 부모의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정년 연장은 개개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단위로 놓고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정년 연장 이슈
▲ 고양시가 3월 27일 개최한 중·장년일자리박람회는 △ 현장면접관(30개사) △ 취·창업 정보관 △ 진로컨설팅관 △ 특강관 등으로 구성됐다. ⓒ 고양시
현재 사회적으로 정년 연장 논의를 촉발시키는 사건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이달 중순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던 버스 파업이 극적으로 마무리된 데에는 노사의 정년 연장(61세 → 63세) 합의가 한 몫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육체 노동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판단했는데, 이는 30년만의 변경이었다.
정부 역시 정년 연장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문제, 고령 인구의 재고용 문제 등 고령 고용과 관련된 제도적 이슈에 대해서 이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발표에 직접적인 법정 정년 연장 제언은 아직 포함되지 않겠지만,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기업의 자발적 고령자 고용 유도 등 뚜렷한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으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