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달 14일 사퇴한 이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가 다시 한 번 출렁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7%로 한 달만에 다시 반등하며, 오차범위 내 선두를 기록한 가운데, 2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20%로 2위를 지켰다. 반면 직전 9월 조사에서 13%로 두자릿수 선호도를 보였던 조국 전 장관은 9.4%를 기록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2507명(응답률 5.5%)을 대상으로 실시한 10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는 23.7%로 지난달 대비 3.5%p 상승했다. 황교안 대표는 큰 변동이 없었다. 이 총리는 지난달 황 대표와 0.3%p차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10월 조사에서 3.7%p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위 자리를 지키긴 했으나, 대부분 지역과 계층의 지지층이 이탈하며 지난달에 비해 3.6%p 떨어진 9.4%로 하락세를 보였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여야 선호도는 각각 50.2%와 38.2%로 나타났다. 양 진영간 격차는 12%p로 지난달에 비해 0.1%p 벌어졌다.
지난 조사에서 조 전 장관에 밀려 4위를 기록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번 조사에서 0.3%p 상승한 6.3%를 나타냈지만 순위 변동은 없었다.
뒤이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0.8%p 상승해 5.3%의 선호도를 보였다. 군소 주자들의 순위 변동도 있었다. 지난달 6위를 기록했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0.6%p 하락한 3.5%로 7위에 머물렀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1.4% 소폭 상승한 3.8%로 홍 전 대표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8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0.5%p, 3.3%), 9위 심상정 정의당 대표(▼0.4%p, 3.2%), 10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0.2%p, 2.6%), 11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0.1%p, 2.5%), 12위 김경수 전 경남지사(▼0.1%p, 2.3%), 13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0.7%p, 1.5%), 14위 원희룡 제주지사(▼0.4%p, 1.0%)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대상이 '없다'는 응답은 8.7%로 지난 달 대비 0.6%p 하락했다. '모름/무응답' 답변은 0.1%p 줄어든 2.9%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진보층 선호도 회복한 이낙연
▲ '최장수 총리' 이낙연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뒤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복세다. 이 총리의 선호도는 지난 달 조국 전 장관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이탈했지만, 이번 10월 조사에선 광주·전라(14.3%p▲), 서울(3.2%p▲), 부산·경남·울산(2.2%p▲), 경기·인천(2.0%▲)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달 큰 폭 하락했던 진보층에서 7.8%p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7.7%p 올랐다.
반면 조국 전 장관은 조사 대상 대부분의 지역과 연령·계층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5.8%p로 큰 폭 하락하며 20.1%의 선호도를 보였고, 진보층에서도 2.7%p 하락한 18.2%로 나타났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 조 전 장관 사퇴 이후에도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지율 확장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조사에서 20.8%로 처음 20%대 선호도를 기록한 이래 6월 20.0%, 7월 19.6%, 8월 19.5%, 9월 19.9%에 이어 10월 조사에서도 20.0%로 횡보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 대표의 지역별 선호도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대구·경북에서의 상승세와 부산·울산·경남의 하락세다. 황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지난달 대비 5.6%p 상승한 30.4%의 선호도를 보인 반면, 부산·울산·경남은 3.9%p 하락한 23.2%를 얻었다.
▲ 규탄사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규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조국 수사와 맞물려 이 총리 안정감 효과 부각"
이낙연 국무총리의 회복세와 조국 전 장관의 하락세는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인한 예측 가능한 결론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달 28일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 총리의 안정감이 조국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수사와 맞물려 지지세 회복 효과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선호도가 아직 높게 나오는 것이 의외다"라면서 "조국 전 장관의 가족 수사 보도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 이 총리의 안정감을 더욱 부각시켰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황교안 대표의 선호도 정체에 대해선 "조 전 장관이 사퇴를 하지 않았다면 더 올라갔겠지만, 사퇴 이후 (황 대표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횡보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이어 "이낙연 총리의 안정감 효과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동안 여권 내부에 다른 주자가 부각되지 않아 (이 총리 쪽으로 지지가) 몰리는 현상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지지도로 굳혀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안정적인 선호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판설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인사권 문제라 민감하지만, 이낙연 (선대위원장) 등판설은 유력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어떤 선거든지 간에 대권주자가 있는 선거는 여당 심판론을 누그러뜨리고 미래 투표를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런 측면에서 대권주자를 영입해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하는 것은 유효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진행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조사 결과 자료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거나,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는 지난해 11월 이후 매월 마지막 주 같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