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종교인 과세 후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 대다수인 약 3명 중 2명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오마이뉴스>는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5명(총 6858명 접촉, 응답률 7.4%, 오차범위 ±4.4%p)을 대상으로 종교인의 퇴직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목사, 신부 등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를,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 2018년 1월 이후의 퇴직금에 한정하여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부과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무작위 배열)
1번. 발생한 모든 퇴직금에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 2번. 2018년 1월 이후에 발생한 퇴직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 3번. 모름
조사 결과, "발생한 모든 퇴직금에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개정안 반대 응답이 65.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개정안에 찬성하는 "2018년 1월 이후에 발생한 퇴직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답은 20.9%에 그쳤다. (모름/무응답 13.3%)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성, 연령, 지역, 지지 정당,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대구/경북, 60세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이념성향 보수층에서도 개정안 반대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은 퇴직금 등 종교인 과세도 일반 직장인과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이미 합의를 이룬 상황으로 분석된다.
성-지역-연령-이념 가리지 않고 개정안 반대 의견 높아
조사 결과를 좀더 들여다 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층에서는 74.7%가 개정안에 반대했고 찬성은 16.6%에 그쳤다. 보수층에서도 61.6%가 반대했고 찬성은 29.5%였다. 중도층은 반대 66.4%, 찬성 18.1%로 나타났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각각 74.1%와 70.2%가 종교인 퇴직금 감세에 반대한다고 응답해 반대 여론이 70%를 넘었다. 바른미래당(반대 68.0%, 찬성 29.5%)과 자유한국당(반대 61.1%, 찬성 25.8%) 지지층에서도 반대 여론이 60%를 넘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반대 76.5%, 찬성 13.9%)과 경기·인천(반대 73.3%, 찬성 14.5%)의 반대 응답률은 70%를 넘었다. 광주·전라(반대 66.1%, 찬성 12.2%), 서울(반대 65.9%, 찬성 29.0%), 부산·울산·경남(반대 57.0%, 찬성 20.1%), 대전·세종·충청(반대 55.4%, 찬성 35.6%) 순으로 반대 여론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반대 78.6%, 찬성 14.2%)와 50대(반대 71.8%, 찬성 20.5%)에서 반대 응답이 70%선을 넘었고, 60세 이상(반대 63.2%, 찬성 23.1%)과 30대(반대 57.2%, 찬성 23.6%), 20대(반대 56.6%, 찬성 22.8%)에서도 과반 이상 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은 반대 71.1%-찬성 18.9%, 여성은 반대 60.6%-찬성 22.8%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으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정안 시행되면 종교인-일반 직장인 조세 형평성 심각히 훼손
국회 기재위는 지난달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대표발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되는 종교인의 퇴직 소득은 2018년 1월 1일 이후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전체 재직 기간이 10년이고 2018년 12월 31일 퇴직한 종교인의 퇴직금이 10억원일 경우, 그 10분의 1인 1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30년을 재직한 후 퇴직금 10억을 받으면 대략 1억5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종교인이라면 과세 대상 금액이 3300만원으로 줄어 약 500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이 소득세법 개정안은 재직 기간이 길고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 승려들은 퇴직금이 사실상 없고, 규모가 영세한 교회의 경우 목사들의 이직이 잦아 근속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퇴직금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이 조세 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다시 종교인 과세 특세 논란이 불붙을 조짐이다. 사진는 지난 2017년 12월 종교인 과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인들이 세종특별자치시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 지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