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 등 주로 종교단체 및 신자를 중심으로 방역 지침을 고의로 어기거나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 10명 중 약 8명은 이들에게 치료 비용 일체와 방역 비용 등의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18일(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총 통화 6605명, 응답률 7.6%)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구상권 청구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지침을 어기고 감염 확산을 초래하거나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당국은 치료비용 일체와 방역비용 등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구상권 청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4번 순·역순 배열)
1번. 매우 찬성한다
2번. 찬성하는 편이다
3번. 반대하는 편이다
4번. 매우 반대한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79.7%가 코로나19 방역 구상권 청구에 찬성했다. 반대는 17.4%에 불과했다(잘 모름 2.9%).
4점 척도로 살펴보면 "매우 찬성"이 50.6%로 과반을 넘어섰다. 찬성의 강도가 매우 강한 것이다. "찬성하는 편"은 29.1%였고, "반대하는 편" 10.1%, "매우반대" 7.3% 순이었다.
모든 성·연령·지역·정당지지층에서 "찬성" 압도적
성, 연령, 지역, 지지정당, 이념성향을 떠나 모두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여성의 82.9%, 남성의 76.4%가 찬성했다. 연령별로는 찬성 응답이 40대 87.9%, 30대 85.1%, 20대(18·19세 포함) 82.9%, 60대 80.4%, 50대 77.0%였다. 특히 40대는 "매우 찬성"이 73.5%에 달했다. 70세 이상의 찬성률이 가장 낮았지만 그래도 59.4%로 절반 이상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88.9%), 경기/인천(84.4%) 등에서 압도적인 찬성 응답을 보였다. 보수 성향과 야당세가 강한 영남지역에서도 대구/경북 찬성 71.3% - 반대 27.2%, 부산/울산/경남은 찬성 75.0% - 반대 19.5%로 찬성이 훨씬 높았다. 서울은 77.1%, 대전/세종/충청은 77.4%가 찬성했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96.8%로 거의 전부가 찬성했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은 62.4%로 상대적으로 찬성 여론이 낮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는 대부분인 90.5%가 찬성했고, 보수층에서는 68.7%가 찬성했다. 중도층 찬성은 79.9%였다.
비상식적인 방역 비협조·방해 행위에 분노한 민심
이미 코로나19 관련 구상권 청구된 사례 존재
고의·과실 여부와 조직적 방역조치 방해 등 입증 필요
▲ 1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작업에 나선 성북구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방역요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며 방역작업을 폭력적으로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역차량 운행을 방해하던 교회측 관계자가 이를 제지하던 한 방역요원의 멱살을 잡고 있다. ⓒ 권우성
▲ 1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작업에 나선 성북구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방역요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며 방역작업을 폭력적으로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방역차량 출발을 방해하는 교회측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는 방역요원을 거칠게 끌어내고 있다. ⓒ 권우성
'구상권'은 타인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당사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19일 현재 거의 모든 지방정부에서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석자 또는 수도권 교회 방문자 전원에 대해 진단 검사를 받으라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집회금지 명령을 어기고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에 구상권 청구를 검토 중이고, 군산시도 자가격리 대상임에도 군산에 내려온 이 교회 신도를 상대로 검토 중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발 코로나19 전국 누적 확진자는 18일 낮 12시 기준으로 457명이다.
구상권 청구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인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비상식적인 비협조 및 방해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정교 변호사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는 집단에 대한 경고라고 본다"라며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이들에 대해서 국가가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고의적으로 입힌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손해배상 청구시 고의·과실 여부 등을 따져서, 조직적으로 국가 방역조치를 방해한 부분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법률로서 의무가 규정된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라면 비교적 넓게 구상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구상권이 청구된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부정확한 신도 명단 및 교회 시설을 제출하면서 코로나19 관리에 혼선을 주고, 방역 비용을 증가시켰다는 이유다. 대구시도 지난 6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됐다"라며 신천지교회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측에 100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제주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4박5일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닌 '강남 유학생 모녀'에게 1억32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 6월에는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안산 관광객에 대해 1억3000만 원가량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또한 광주광역시는 동선을 숨겼던 서울 '송파 60번'에게, 익산시는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대전 74번'에게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전에 정부가 특정 집단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의 경우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관련 청해진 해운 측에 4200억 원가량의 구상권 소송을 진행했고, 1심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의 소유주였던 고 유병언 전 청해진해운 회장의 자녀들에게 1700억 원을 정부에 지급하라고 밝혔다. 법원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제공자'로 판단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됐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보건소 차량으로 향하는 전광훈 목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