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미터
<오마이뉴스>가 매월 실시하는 여야 주요 정치인 12인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낙연 국무총리를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는 결과가 나왔다. 황 전 총리가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조짐이 나타나 주목된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15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가 지난달 조사보다 3.6%p 오른 17.1%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 총리도 지난달보다 1.4%p 오른 15.3%를 기록했지만 2위로 밀려났다. 두 사람의 차이는 불과 1.8%p로 오차범위(±2.0%p) 안이었다.
지난해 8월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황 전 총리가 1위에 오른 것도, 이 총리가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모두 처음이다. 꾸준히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이 15.1%-황 12.9%, 12월 조사에서는 이 13.9%-황 13.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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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조사 보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이낙연·황교안, 양강 구도
[12월 조사 보기] 이낙연-황교안 오차범위 양강 접전, 이재명-오세훈 상승
두 사람의 뒤를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8%로 3위, 박원순 서울시장이 7.2%로 4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7%로 5위를 기록했지만, 세명 모두 전달보다 조금씩 수치가 떨어져 황-이 양강구도는 더 강해졌다. 그 뒤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6.3%),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6.0%),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5.9%), 오세훈 전 서울시장(5.3%),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4.3%),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3.3%),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2.3%) 순이었다. (없음 8.1%, 모른/무응답 4.4%)
1위 황 전 총리는 대구·경북에서 지난달보다 무려 14.9%p 상승한 31.5%를 기록했고, 대전·세종·충청(▲8.6%p, 11.2%→19.8%), 서울(▲6.2%p, 10.0%→16.2%), 부산·울산·경남(▲4.7%p, 16.5%→21.2%)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반면 이 총리는 광주·전라(▲3.6%p, 24.8%→28.4%)와 경기·인천(▲2.7%p, 14.2%→16.9%), 대전·세종·충청(▲2.7%p, 10.0%→12.7%) 등에서 비교적 소폭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황 27.5% - 이 14.1%)과 50대(황 20.5% - 이 14.8%)에서는 황 전 총리가, 20대(황 7.8% - 이 12.5%)와 30대(황 12.8% - 이 18.0%)와 40대(황 12.0% - 이 17.3%)에서는 이 총리가 각각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30대와 40대에서도 각각 전달보다 3.5%p(9.3%→12.8%)와 2.6%p(9.4%→12.0%)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 10%와 무선(70%), 유선(20%) 자동 응답 혼용 방식으로, 무선 80%, 유선 20% 병행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통계보정은 2018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교안, 보수야권·무당층에서 30%대 올라서
▲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 및 발대식'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황 전 총리에게 보수층들의 선호도가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범보수 진영의 대선주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수야권·무당층(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 1261명. 오차범위 ±2.8%p)의 응답만 놓고 보면 이런 현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위 응답층에서 지난달보다 9.4%p 급등한 31.9%를 기록, 이 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를 기록했다.
범여권·무당층(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무당층 응답자 1580명. 오차범위 ±2.5%p)에서 1위 이낙연 총리의 선호도 수치 21.2%와 비교할 때 보수층의 황 전 총리 집중도가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보수야권·무당층에서 황 전 총리를 제외한 다른 보수야권 주자들(홍준표, 오세훈, 유승민, 안철수, 손학규)의 수치는 모두 지난달보다 떨어졌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달 대비 5.9%p나 하락한 8.5%를 기록해 2위에서 3위로 하락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전달 대비 0.1%p 미미하게 하락했지만 4위에서 2위로 두 계단 올라셨다.
"황 상승은 박근혜 동정론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2.27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환되고 있는 '박근혜 동정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비박계 후보들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이렇다 할 구심점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전 총리를 비롯한 일부 친박계 후보들이 제기하고 있는 '탄핵 재해석론'이 숨은 보수, 이른바 '샤이 보수' 층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책임론은 대체로 진보 진영의 주장이었지만, 보수 진영 쪽에서는 이를 이용해 (자신을) 홍보하는 요소로 삼을 수 있다"면서 "박근혜 동정론이 자꾸 커지면 (그 영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어찌됐든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 이익이 효과가 있고, 최근 당 대표 출마 행보를 벌이면서 범 친박의 분위기를 흡수하는 요소도 있다"면서 "범 친박 입장에서는 오세훈, 홍준표 등을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황 전 총리 상승 원인을 분석했다.
엄 대표는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의 황교안 지지가 압도적인 것은 박근혜 동정론과도 맥이 닿아있다"면서 "여권의 경우 2040 세대의 압도적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분산돼 있다, 그런 차이가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이번 여론조사에 등장하지 않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빈 자리에 대한 지적도 있다. 청년층부터 일부 보수층까지 지지세를 확장할 수 있는 유 이사장이 여론조사에 포함될 경우,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엄 대표는 "유 이사장을 빼니 황 전 총리가 1등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황 전 총리의 경우 야권에서는 거의 유일한 대권주자인데, 정치적 맷집에서 얼마나 견디느냐가 문제"라면서 "공안검사 출신인 황 전 총리는 확장성이 없다, 샤이 보수를 설득할 여권 후보의 확장성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