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미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은 압도적 대세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공수처 설치를 주요 과업으로 내건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사퇴했고 자유한국당이 '반문 보복처'라며 반대하고 나섰지만,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등의 범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여전히 강력하다.
<오마이뉴스>는 2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반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아래와 같다.
Q. 선생님께서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즉 공수처를 설치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선택지 1~4번 순 역순 배열)
1번. 매우 찬성한다
2번. 찬성하는 편이다
3번. 반대하는 편이다
4번. 매우 반대한다
5번. 잘 모르겠다.
결과는 찬성 61.5% - 반대 33.7%로, 찬성 여론이 과반을 넘어 압도적으로 높았다.(모름/무응답 4.8%) 4점 척도로 보면 '매우 찬성'이 45.3%, '찬성하는 편'이 16.2%로 찬성 여론의 강도도 셌다. '반대' 쪽도 '매우 반대'가 24.8%로 '반대하는 편' 8.9%보다 훨씬 높았다.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이 과반을 넘었다. 광주/전라 지역의 찬성이 89.7%에 달했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전체 평균보다 높은 65.2%가 찬성했다. 찬성 응답은 서울(62.4%) 경기/인천(57.9%) 대전/세종/충청(52.8%) 대구/경북(51.3%) 순이었다.
20대(19~29세)의 여론은 찬성 71.4% - 반대 23.8%로 공수처 설치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어 40대(68.7%) 30대(64.2%) 50대(57.1%) 60세 이상(51.6%) 순으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절대 다수인 96.1%가 찬성했고, 정의당 지지층의 찬성도 92.2%에 달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경우엔 반대가 68.8%로 높았지만 찬성도 22.3%가 나왔다. 무당층은 찬성 58.1% - 반대 35.6%로 전체 평균보다 반대가 약간 높았다.
이념 성향에 따른 공수처 찬반 여론도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자신이 진보성향이라고 응답한 이들 87.2%가 찬성했고(반대 10.3%), 보수성향 응답자 중 68.5%는 반대했다(찬성 27.1%). 중도성향 응답자는 찬성 58.2% - 반대 38.1%로 갈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 96.8%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잘못한다'고 평가한 응답자 66.5%가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찬성 25.0%).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반이 지지정당, 이념성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에 따라 극명히 나눠진 결과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층에서도 각 4분의 1 정도는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기 때문에 공수처 찬성이 여론의 대세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7개월 전 비해 반대 다소 늘었지만 찬성 여론도 단단히 결집한 듯
▲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차로 앞에 모인 시민들이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관련 패스트트랙 통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공수처 안돼' 한국당 집회에 등장한 피켓 자유한국당 주최로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의 명령,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수처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약 7개월 전 같은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에 큰 변화는 없는 걸로 나타났다. 공수처 법안이 국회 긴급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 3월 26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한 여론은 찬성 65.2% - 반대 23.8%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선 7개월 전에 비해 찬성이 3.7%포인트, 모름/무응답이 6.2%포인트 각각 줄었고, 반대는 9.9%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보수 개신교계와 연대한 대규모 집회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압박한 데 이어 공수처에 강력 반대하고 나선 자유한국당의 여론전으로 반대가 다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설치 찬성 응답이 소폭 하락에 그친 데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조 장관 사퇴가 오히려 공수처 찬성 여론을 단단히 결집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주제로 열리던 대규모 촛불집회는 장소를 여의도 국회 앞으로 옮겨 '공수처법 본회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지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느냐가 국회의 공수처법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공수처법을 포함한 신속처리안건 지정 사법개혁 4개 법안을 오는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여야가 법사위에서 법안 내용에 합의를 이루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통화 9032명 가운데 500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율은 5.5%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사후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드론촬영한 여의도 촛불집회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 입법 촉구를 위한 제10차 촛불문화제'가 지난 1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검찰개혁사법적폐청산범국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 이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