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고 있지만 지급 대상 탈락자들의 이의 신청 폭주와 맞물리면서 지금이라도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초 방침대로 소득 하위 88%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14일 하루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총 통화 1만7088명, 응답률 5.9%)을 대상으로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Q. 소득 하위 88%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며 지급 대상 탈락자들의 이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애매한 경우 최대한 지원금을 준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억울한 탈락자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지금이라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국민지원금 대상에 대한 다음 의견 중 어디에 더 동의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 애매한 탈락자를 구제하되, 현행과 같은 하위 88% 지급
2. 선별지급 방침을 폐기하고 지금이라도 전국민으로 확대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지금이라도 전국민으로 확대" 응답이 48.2%, "현행과 같은 하위 88% 지급" 응답이 43.7%로 나타났다(잘 모름 8.0%). 전국민 확대 응답이 4.5%p 앞선 결과지만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내에 있는 격차다.
이번 결과는 약 3개월 전 정부와 여당에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논의할 당시 여론과 비슷하다. 지난 6월 21~22일 같은 조사기관을 통해 실시했던 5차 재난지원금 선호 지급 방식 여론조사에서도 '전국민 지급' 응답이 50.6%를 기록한 바 있다('선별 지급' 44.5%, '잘 모름' 4.9%. 표본수 2014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2%p). 이후 곡절 끝에 소득 하위 88% 지급으로 결정이 나고 수개월이 지나 실제 지급이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여론은 전국민 지급 쪽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5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50.6% > 선별 44.5% http://omn.kr/1u2wl)
이번 조사 결과를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40대(전국민 확대 59.7% - 현행 하위 88% 지급 33.6%)와 50대(58.1% - 33.8%)는 지금이라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반면 70세 이상(전국민 확대 34.0% - 현행 하위 88% 지급 54.7%)은 현행과 같은 하위 88% 지급 응답이 많았다. 20대(18·19세 포함)와 30대, 60대는 비등했다.
권역별로는 서울, 영남, 호남권은 모두 팽팽한 가운데, 인천/경기(전국민 확대 52.6% - 현행 하위 88% 지급 41.2%)와 대전/세종/충청(54.7% - 31.8%) 지역은 전국민 확대 의견이 다수였다.
주관적 이녕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 전국민 확대 응답이 56.6%에 달했다(현행 하위 88% 지급 37.2%). 보수층과 중도층은 두 응답이 비슷했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 모두 두 응답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무당층에서 지금이라도 전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62.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90% 가까이 지원금 받는 상황인데도 국민 약 절반이 "전국민으로 바꿔야"
▲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현장접수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접수창구에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 권우성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과 불만이 뒤섞인 분위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지급이 시작된 이후 14일 기준으로 이의신청 접수가 25만7839건에 이른다. 심상치 않은 반발에 놀란 정부와 여당은 "최대한 이의신청에 대해 구제하는 방안을 당도 정부도 검토하고 있다. 88%보다는 조금 더 상향,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 90% 정도"(9일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라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지급 대상을 고무줄처럼 늘리는 것이냐'는 또다른 논란이 불거지자 "88%를 전제로 하되, 경계선에 있는 분에 대한 지원 확대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박선종 숭실대 교수는 "선별 지급과 전국민 지급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니까 팽팽하게 나온 것으로, 지급 대상 선별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애초에 전국민 지급을 했다면 이의 신청 등 논란도 없었을 것이고, 대상자 선별에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지원금을 받는 90% 가까운 국민들은 지급 대상을 둘러싼 불만이 없는데도 전국민 지급 응답이 50% 가까이 나온 것은 국민들이 선별 지급의 행정비용 등 문제점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이번 지원금은 소득재분배 차원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겪은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라며 "위로금 차원이라면 전국민 지급이 맞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해서 전국민 지급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90%)·유선(1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 방법은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다. 통계보정은 2021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를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