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은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으로 올해와 같은 8350원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상폭이 5% 이상(8770원 이상) 돼야 한다는 의견 역시 비슷한 규모로 나타나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오마이뉴스>는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9명(응답률 6.5%, 오차범위 ±4.3%p)을 대상으로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아래와 같다.
Q. 선생님께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다음 중 어느 수준이 가장 적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선택지 1~5번 순·역순 배열)
1번. 올해와 같은 8350원
2번. 작년 경제성장률 2.7% 오른 8580원가량
3번. 5% 오른 8770원가량
4번. 7.5% 오른 8980원가량
5번. 10% 이상 오른 9190원 이상
6번. 기타
7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올해와 같은 8350원' 응답이 3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작년 경제성장률 2.7% 오른 8580원' 응답이 17.9%, '10% 이상 오른 9190원' 응답이 14.3%, '5% 오른 8770원' 11.9%, '7.5% 오른 8980원' 7.7%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모름/무응답 각각 6.7%)
이 결과는 일단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에 국민 여론의 무게가 좀더 실려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동결 혹은 지난해 경제성장률(2.7%)만큼 인상을 선택했다는 점은 지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그 이상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5%, 7.5%, 10%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합하면 33.9%로, 동결 의견 34.8%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거의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올해와 같은 8350원(동결)'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50~60대, 지지 정당으로는 자유한국당 지지층, 이념적으로는 보수층, 대통령 국정평가에서는 잘 못한다고 평가하는 층에서 상대적으로 동결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정의당 지지층, 진보층, 노동직에서는 '10% 이상 오른 9190원 이상' 응답이 가장 다수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동결 의견이 26.4%로 다수였지만, 5% 인상(8770원)이 20.4%, 10% 이상 인상(9190원 이상)도 20.1%로, 세 응답이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대통령 국정평가에서 잘한다는 층에서도 동결 22.9% - 10% 이상 인상 21.3%로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자신들의 지지층에서 최저임금 인상 압력이 높은 것이다.
다시 막 오른 복잡한 최저임금 방정식 풀기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전문가 토론회 지난 1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최태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왼쪽)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 주요내용과 관련해 발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회원들이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와의 대담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시사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리정부와 연례협의를 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노동생산성 증가와 연동하라"고 권고했다. 21일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적정수준을 3~4%로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4일 강연자리에서 "최저임금 동결에 가까운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두고 뻔히 예상되는 반발에도 대응하지 못한 채 눈치 보기와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1일에는 최저임금 정책 및 법제도 개선요구와 투쟁계획을 발표하고, 최저임금 심의에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현재 공석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인선이 마무리되는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한다.
당초 지난 2월 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올해까지는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된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으로 집계됐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