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확실하게 눌렀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7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총리는 지난달 대비 3.8%p 오른 25.0%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1위다. 황 대표는 19.6%로 2위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선호도 차이는 오차범위(±2.0%p)를 벗어난 5.4%p였다. 지난해 11월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이 총리가 황 대표를 오차범위를 넘어 따돌리며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5일간 전국 성인남녀 2511명(응답률 4.9%)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 총리는 5개월 연속 상승세(11.5→14.9→19.1→20.8→21.2→25.0%)다. 특히 이번달 상승폭이 꽤 크다. 25%라는 수치도 지금까지 중 가장 높다. 반면 황 대표는 지난 5월 최고점(22.4%)을 찍은 후 2개월 연속 완만한 내림세(22.4→20.0→19.6%)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가 10%후반대의 지지율로 내려앉은 것은 한국당 전당대회가 있었던 올해 2월(17.9%) 이후 5개월만이다.
이낙연 총리 5개월 연속 상승... 황교안 두 달 연속 내림세
▲ 지난 7월 대정부질문에 답변하는 이낙연 총리. ⓒ 남소연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는 1.5%p 내린 7.8%로 2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3위를 유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0.4%p 하락한 4.9%를 기록했으나 한 달 전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뒤를 이어 5위 심상정 정의당 대표(▼0.3%p, 4.6%), 공동 6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0.1%p, 4.5%)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1.3%p, 4.5%), 8위 김경수 경남지사(▼2.4%p, 3.8%) 순이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0.2%p, 2.7%)이 9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0.6%p, 2.6%) 10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1.8%p, 2.5%) 11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0.6%p, 2.5%) 12위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할 점은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지난달보다 3.1%p 상승한 10.8%를 기록했다. '모름/무응답'도 지난달보다 2.1%p 상승한 4.2%였다. 두 수치를 합치면 15%나 된다.
이런 경향은 범진보·여권 주자군(이낙연·이재명·김경수·김부겸·박원순·심상정) 선호도 합계(48.6%)와 범보수·야권 주자군(황교안·유승민·홍준표·나경원·오세훈·안철수) 선호도 합계(36.4%)에도 영향을 미쳤다. 양 진영 간 격차는 12.2%p가 유지됐지만, 양쪽 모두 지난달 대비 똑같이 2.6%p씩 하락했다.
'선호 후보 없음'과 '모름/무응답' 상승
1위를 기록한 이낙연 총리 선호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호남(41.1%, 2위 이재명 7.4%)과 수도권(26.0%, 2위 황교안 17.5%) 등 전통적으로 여권이 강세인 지역에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연령별로는 40대(33.0%, 2위 황교안 14.3%)와 30대(31.0%, 2위 황교안 12.5%), 20대(15.6%, 2위 황교안 9.9%) 뿐만 아니라, 다소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50대(25.2%, 2위 황교안 20.5%)에서도 오차범위 밖으로 황교안 대표를 눌렀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44.5%, 2위 이재명 12.7%), 민주당 지지층(48.4%, 2위 이재명 11.7%)에서는 과반에 가까운 1위를 기록했으며, 이념적으로 진보층(37.5%, 2위 이재명 11.2%)과 중도층(26.8%, 2위 황교안 16.3%)에서도 여유있게 1위를 차지했다.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27.6%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대구·경북(28.8%, 2위 이낙연 15.1%)과 부산·울산·경남(23.4%, 2위 이낙연 17.6%) 등 보수야권 강세지역과 60대 이상(33.7%, 2위 이낙연 21.1%)에서 강세를 보였다. 또 이념적 보수층(41.7%, 2위 이낙연 11.8%),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40.3%, 2위 홍준표 8.0%), 한국당 지지층(56.6%, 2위 홍준표 10.5%)에서 1위를 기록했다.
진보·여권 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범여권·무당층(민주당·정의당·평화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 1576명, ±2.5%p) 부문에서 이낙연 총리는 한 달 전 조사 대비 6.6%p나 오른 37.5%로 1위를 이어갔다. 보수·야권 후보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수야권·무당층(한국당·바른미래당 지지층과 무당층 응답자 1216명, ±2.8%p)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37.2%로 한 달 전보다 0.5%p 하락했지만, 2위인 홍준표 전 대표가 8.0%에 그쳐 큰 격차를 유지했다.
전면화된 한일 갈등 국면... 차기 리더십에 대한 관심 하락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상승세에 대해 "한일 갈등 속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현직 총리라는 프리미엄 등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50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당분간 이 총리가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황교안 대표의 지지율 정체에 대해서 엄 소장은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전면화 되는 상황에서 '친일 프레임'이 작용했다"면서 "황 대표가 언론 보도 논란으로 백브리핑을 줄이는 등 언론과의 접촉을 줄인 것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범여권·진보와 범보수·야권 대선 후보 선호도가 동반 하락한 것을 두고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상적으로 큰 사건·사고가 생기면 차기 주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진다"면서 "한일 갈등 등 현재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관심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 더 시야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이 계속 길어지면 갑작스럽게 차기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2019년 7월 29일(월)부터 8월 2일(금)까지 닷새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123명에게 접촉해 최종 2511명이 응답을 완료, 4.9%의 응답률(응답률 제고 목적 표집틀 확정 후 미수신 조사대상에 3회 콜백)을 나타냈다.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자세한 조사 결과 자료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거나,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는 지난해 11월 이후 매월 마지막 주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