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 중 약 7명은 코로나19 영업 제한으로 직접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방식은 강제보다는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오마이뉴스>는 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응답률 7.7%)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의 임대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두개(임대료 인하·정지 공감도, 임대료 인하·정지 방법)를 던졌는데, 내용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Q1.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임대료 인하·정지 공감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그만큼 임대료도 인하 또는 정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또는 공감하지 않으십니까? (선택지 1~4 순·역순 배열)
1.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2.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
3. 공감하는 편이다
4. 매우 공감한다
5. 잘 모르겠다
Q2. [임대료 인하·정지 방법] 그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 제한 또는 금지 조치로 피해 본 업종의 임대료 인하 또는 정지와 관련된 다음 두 주장 중에서는 무엇에 더 공감하십니까? (선택지 1~2 로테이션)
1. 임대료를 의무 인하해야 한다
2.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임대료 인하·정지 공감도 조사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72.9%에 달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7%에 그쳤다(잘 모름 3.4%).
4점 척도로 살펴봐도 공감한다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매우 공감한다"와 "공감하는 편이다" 응답이 각각 36.2%, 36.8%로 매우 높은 반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와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는 각각 12.8%, 11.0%에 머물렀다.
임대료 인하·정지 방법 조사에서는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 49.3% - "의무 인하해야 한다" 39.8%로, 민간 자율 응답이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넘어서며 우세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9%로 앞선 공감도 질문보다 약 세 배 높게 나타났다.
[임대료 경감 공감도] 모든 계층에서 "공감한다" 압도적
[임대료 경감 방법론] 30~50대 '민간 자율' 우세... 70세 이상 '의무 인하' 우세
호남 '의무 인하' 절반... PK와 충청 '민간 자율' 과반... 서울·경기 '팽팽'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감도 조사에서는 성별, 지역별, 연령별, 지지정당별, 이념성향별 구분을 막론하고 임대료 경감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81.6%)과 70세 이상(81.6%), 민주당 지지층(84.1%), 이념적 진보층(80.5%)은 공감 응답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방법론 조사에서는 달랐다. 지역별로 부산·울산·경남과 대전·세종·충청에서는 '민간 자율' 응답이 각각 59.3%, 52.9%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광주·전라에서는 '의무 인하' 응답이 50.0%로 우세했다. 대구·경북(민간 자율 47.9% - 의무 인하 41.7%), 인천·경기(48.8% - 44.8%), 서울(47.7% - 41.3%)에서는 팽팽했다.
연령별로는 40대, 30대, 50대에서는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60.4%, 55.7%, 49.3%로 우세했다. 반면 70세 이상은 의무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이 52.1%로 앞섰다. 60대(민간 자율 47.6% - 의무 인하 40.9%)와 20대(47.0% - 46.5%)는 비등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민간 자율 응답이 57.5%로 앞선 반면, 여성은 팽팽(민간 자율 41.1% - 의무 인하 46.2%)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의무 인하(44.1%)와 민간 자율(41.4%) 의견이 맞선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는 민간 자율 응답이 63.8%에 달했다. 이념적 보수층과 중도층은 민간 자율 응답이 각각 62.5%, 54.0%로 다수인 반면, 진보층은 의무 인하 응답이 54.2%로 다수였다.
공감도 조사와 방법론 조사를 교차해서 살펴보면, 임대료 경감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층은 절대 다수인 81.0%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전체 숫자가 약 세배에 이르는 임대료 경감 공감 응답층은 의무 인하 49.4% - 민간 자율 39.7%로 나뉘어졌다.
공감대는 확실, 문제는 방법론... 주목 받는 '임대료 멈춤법'
▲ 점심시간 한산한 음식골목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한파까지 몰려온 가운데 14일 점심식사 시간인데도 서울 종로구 한 음식골목이 몇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을 닫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이번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자영업자의 임대료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공감대는 매우 크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다. 현재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린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지원 등이 실시되고 있지만, 민간의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막상 의무 인하 등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기에는 저항 심리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로 임대인과 임차인은 물론 대출로 엮여있는 금융권까지 임대료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손실을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이 이미 실시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임대료를 25%만 내게 하고 정부가 일부를 보조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또 호주 연방정부도 임대인이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경우 임대료도 동일하게 감면하도록 하는 임대차 관련 '의무행동강령'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 고통 분담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여당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다음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임대료 문제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국회에 발의된 '임대료 멈춤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상업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있을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게 하고, 집합제한 기간에는 임대료의 최대 절반까지만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임대료 수입 감소로 대출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임대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권이 이자를 감면하거나 대출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자영업자 고통 분담을 위해 이상적인 안이지만 현실 적합성이 문제다. 이동주 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개정안은 임대인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 세제 지원 방안과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내용"이라며 "처벌조항 등 강제조항은 없지만, 임대인이 끝내 임대료 감면을 거부할 경우 분쟁조정위 등의 조정 절차를 거쳐 감면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