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개혁을 표방하는 안철수 전 의원의 최근 정치노선에 대해 중도적이거나 진보적으로 인식하는 국민들보다 보수적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국민들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외로 떠난 지 약 15개월 만에 안 전 의원이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501명(총 통화 1만641명, 응답률 4.7%)을 대상으로 그의 최근 정치노선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최근 안철수 전 의원이 정치 재개 의향을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안철수 전 의원의 최근 정치노선이 어떠하다고 느끼십니까? (선택지 1~3번 순·역순 배열)
01번. 보수적이다
02번. 중도적이다
03번. 진보적이다
04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보수적이다"라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고, "중도적이다" 17.0%, "진보적이다" 9.6% 순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높았던 응답은 '모름/무응답'이었다. 45.0%에 달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1월부터 매주 현안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모름/무응답 비율이다.
호남과 PK에서 모름/무응답 비율 높아
모든 지역에서 "보수적" 인식 상대적 다수
"중도적이다" 답변은 보수진영에서 많아
모름/무응답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광주/전라 지역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모름/무응답 비율이 각각 55.7%, 55.1%로 가장 높았다. 광주/전라 지역은 지난 총선 당시 안 전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지역이고, 부산은 안 전 의원의 고향이다. 상대적으로 모름/무응답 비율이 낮은 지역은 서울(35.9%)이었는데, 이 지역에서는 "보수적"이라는 응답(34.4%)이 제일 높았다.
남성보다는 여성(53.2%), 연령별로는 60세 이상(54.2%)이 높은 모름/무응답을 보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51.3%가 모름/무응답이었고,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38.1%에 그쳤다. 이념성향별 모름/무응답 비율은 보수층 49.3%, 중도층 41.3%, 진보층 37.6%였다.
모름/무응답을 제외한 다른 응답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안 전 의원의 최근 정치노선이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전 지역에서 고루 제일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40대(보수적 43.6%, 중도적 12.5%), 50대(보수적 30.9%, 중도적 17.3%), 30대(보수적 28.3%, 중도적 19.9%)에서 다수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보수적 36.7%, 중도적 8.2%)과 정의당(보수적 34.2%, 중도적 19.0%) 지지층, 무당층(보수적 25.5%, 진보적 15.7%)에서도 "보수적" 응답이 높았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중도적 28.5%, 보수적 18.1%)과 이념성향상 보수층(중도적 23.7%, 보수적 18.2%)에서는 안 전 의원의 최근 정치노선에 대해 "중도적"이라는 인식이 우세했다.
20대(보수적 22.4%, 중도적 21.0%)와 60대 이상(보수적 19.4%, 중도적 15.6%), 중도층(보수적 22.5%, 중도적 25.4%)에서는 보수적-중도적 응답이 팽팽하게 맞섰다.
높은 모름/무응답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해외로 떠난 지 약 15개월 만에 안 전 의원이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국민들은 그의 최근 정치노선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인식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안 전 의원 모습이다. ⓒ 이희훈
정계 복귀를 선언한 안 전 의원에게 쏠리는 가장 큰 관심은 그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서 4년 전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그런 기대에 물음표를 찍고 있다.
무엇보다 기록적으로 높은 모름/무응답 비율은 안 전 의원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징후다. 45%에는 안 전 의원 정체성의 모호함과 정치적 무관심, 혹은 실망이나 판단 유보, 관망 등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것과 달리 그의 최근 정치노선에 대한 국민 인식은 "보수적"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점도 주목된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유보 응답이 많이 나온 것은, 안 전 의원의 정치노선에 대해 잘 모르거나 또는 그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면서 "여기에 더해 보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국민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서 중도개혁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파급력을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모름·무응답 답변이 많은 건 그의 정체성이 모호해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사에 대해 "궤멸적 상황의 한국 보수가 안철수에게 기대감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연구소장 역시 "많은 국민들은 이제 안 전 대표는 '보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안 전 의원은 보수대통합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 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통화 1만641명 가운데 5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4.7%다.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선정했고,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국가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사후가중치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