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맞선 의사 단체의 파업(집단휴진)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이번 파업에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1~2일 양일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총 통화 13031명, 응답률 7.7%)을 대상으로 의사 단체 파업 공감도를 조사했다. 질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 단체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사 단체의 파업에 대해서 얼마나 공감 혹은 공감하지 않으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배열)
1번. 매우 공감한다
2번. 대체로 공감한다
3번.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4번.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5번. 잘 모르겠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55.2%가 의사 단체의 파업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강한 비공감 응답이 38.7%에 달해 비공감의 강도가 셌다("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16.5%). 이에 반해 공감한다는 응답은 38.6%를 기록했다("매우 공감" 25.0% + "대체로 공감" 13.6%).
부산·울산·경남 62.3% "공감하지 않는다"... 수도권도 비공감 절반 넘어
40대 61.7% 비공감 응답...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만도 51.3%
진영별로 갈려... 진보층 78.0% 비공감 - 보수층 58.9% 공감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비공감 응답이 62.3%에 달했고, 광주·전라는 비공감이 58.0%로 공감 응답(26.2%)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 두 지역에서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46.4%, 48.4%를 기록해 매우 높았다. 대형병원 등 의료 인프라가 풍족한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 역시 비공감 응답이 각각 53.9%, 55.3%로 절반을 넘겼다. 다만 두 지역은 공감 응답도 각각 43.2%, 39.9%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경북의 경우 비공감 49.7% - 공감 44.3%로 팽팽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비공감 여론이 높았다. 특히 40대는 비공감 응답이 61.7%를 기록했으며,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만으로도 51.3%로 절반을 넘겼다. 이후 20대 58.8%, 30대 58.5%, 50대 56.7% 순으로 비공감 응답이 많았다. 60대는 공감 49.4% - 비공감 47.5%로 팽팽했고, 70세 이상도 비공감 42.9% - 공감 37.7%로 엇비슷했다. 다만 70세 이상은 잘모름 응답이 19.4%에 달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은 비공감 54.5% - 공감 40.1%였고, 여성은 55.9% - 37.1%로 나타났다.
진영별로 응답이 확연히 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은 압도적인 86.1%가 이번 파업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부정 평가층은 66.7%가 공감한다고 밝혀(비공감은 28.0%) 서로 대비됐다. 마찬가지로 이념적 진보층은 78.0%가 비공감 응답을, 보수층은 58.9%가 공감 응답(비공감은 39.6%)을 선택했다. 샘플수가 가장 많은 중도층은 비공감 48.8% - 공감 47.0%로 팽팽했다.
▲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학의원 본관 앞에서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사 가운을 탈의하고 있다. 2020.8.23 ⓒ 연합뉴스
▲ 정부의 의사정원 확대 등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진행 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한 전문의가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주말-다음주 초가 중요 분기점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집단휴진이라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론 지형과는 달리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직역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와 여당이 점점 후퇴하면서 의사들을 달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주 후반까지는 전공의·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이행자 10명 고발 방침을 밝히는 등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당초 1일로 예정됐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1주일 연기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는 단 한 명의 의료인도 처벌받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고, 같은 날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부는 이미 어떠한 조건도 걸지 않고 교육부 정원 통보 등 의사 수 확대 정책의 추진을 중단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자 민주당 정책위원장인 한정애 의원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잇달아 만난 후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원점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태는 주말과 다음주 초까지가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3차 총파업으로 예고한 시점이 다음주 월요일인 7일이고, 이미 한차례 연기된 의사 국가고시 시작일이 다음날인 8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정부와 의사 측 모두 출혈이 크다. 의협은 이르면 3일부터 시작할 정부와의 협상을 지켜본 후 3차 총파업 강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 단체가 2주 이상 파업한 상황에서 정부도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중요한 건 사태가 진정된 이후"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공공의료를 고민해 만든 정책이라면, 의대정원 확대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공공의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의사들도 비판적인 여론을 확인한 만큼 파업 이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됐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 부여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참여연대, 한국YMCA 전국연맹, 보건의료노조,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사협회의 진료 거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의사협회의 진료 거부에 대해 “코로나 대유행시기에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폭거이다”며 “지금 당장 명분없는 진료 거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