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해 국민 여론은 반대가 살짝 우세한 가운데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두고 민주당과 검찰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총 통화 8800명, 응답률 5.7%)을 대상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Q.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위해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해 얼마나 찬성하십니까, 또는 반대하십니까? (선택지 1~4번 순·역순)
1. 매우 반대한다
2. 어느 정도 반대한다
3. 어느 정도 찬성한다
4. 매우 찬성한다
5.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반대가 49.7%, 찬성이 41.2%로 나타났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응답이 찬성보다 높지만, 두 응답의 격차가 8.5%p로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4.4%p) 안에 꽉 차게 들어있는 결과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2%였다.
4점 척도로 보면, "매우 반대" 의견이 35.8%로 가장 많았다. "어느 정도 반대"는 13.9%였다. 반대로 "매우 찬성"은 27.0%, "어느 정도 찬성"은 14.2%였다. 찬성과 반대 모두 극단으로 쏠리는 가운데 찬성보다 반대의 강도가 더 강한 모양새다.
진보 65.6% "찬성" - 보수 66.4% "반대"... 진영별로 극명히 의견 갈려
TK·충청·PK, 반대 우세... 호남, 찬성 우세... 서울 수도권, 찬반 팽팽
60대 이상과 30대, 반대 다수... 40대, 찬성 다수... 20대·50대, 찬반 비등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세대·성·이념성향별로 복잡하게 나뉘어졌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대전·세종·충청, 부산·울산·경남에서 반대 응답이 각각 73.0%, 61.6%, 52.0%로 우세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매우 반대" 의견이 58.2%에 달했다. 반면 광주·전라에서는 찬성이 60.9%로 높았으며, "매우 찬성" 역시 43.5%를 기록했다. 서울(찬성 42.5% - 반대 49.4%)과 인천·경기(찬성 45.4% - 반대 39.2%)에서는 비등했다.
세대별로는 60대와 70세 이상, 30대에서 반대 의견이 각각 60.5%, 59.5%, 55.7%로 우세했다. 반면 40대에서는 찬성이 56.1%로 다수였다. 50대는 찬성 49.7% - 반대 45.6%로 팽팽했고, 20대(18·19세 포함)도 찬성 36.0% - 반대 43.2%로 비등했지만 "잘 모름" 응답이 20.8%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반대가 54.1%로 우세했지만, 여성은 찬성 44.2% - 반대 45.2%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진영별로 응답이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은 찬성이 81.8%인데, "매우 찬성"이 60.4%에 달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반대가 79.6%인데, "매우 반대"가 59.5%에 달했다. 양쪽이 찬반만 바뀌었을 뿐 양상은 거울처럼 비슷하다. 무당층은 반대 46.5% - 찬성 30.8%로 반대가 우세한 가운데 "잘 모름"이 22.7%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이념적 진보층의 65.6%는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찬성한 반면, 보수층의 66.4%는 폐지에 반대했다. 중도층은 반대 58.5% - 찬성 38.3%로 반대에 기울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층의 77.0%는 찬성한 반면, 부정 평가층의 76.2%는 반대 응답을 밝혔다.
추진하는 측과 막으려는 측, 모두 부담... 폭발력 강한 이슈 확인
▲ <오마이뉴스>가 검찰의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49.7%, 찬성이 41.2%로 나타났다. 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려는 측과 반대하려는 측 모두 만족하기 힘든 결과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창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검찰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를 추진하는 측과 막고자 하는 측 모두 만족하기 힘든 결과다. 중수청을 설치해 검찰이 가지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 직접수사권을 넘기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는 방향의 대대적인 형사사법체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반대 여론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는 검찰의 반발을 돌파할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진영간 극명한 대립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이슈가 확인된 점도 부담이다. 반면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윤석열 검찰총장의 언론 인터뷰 발언)며 공개적으로 대국민 호소 전략으로 전환한 반대 측으로서도 검찰의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 여론이 40%를 넘는다는 점은 여권의 180여석과 함께 직접적인 불안 요소다.
민주당은 일단 로드맵대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3월에 법안을 만들어 공청회 등 정해진 절차대로 준비해서 6월에 (처리) 하는 것이 제일 적정하지 않나 보고 있다"면서 "9월 정기국회 전, 선거에도 영향을 덜 미치므로 법안 자체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기라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윤 총장이 3일 오후 2시경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지검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김태은 형사 1부장과 조국 전 법무장관을 수사한 고형곤 반부패수사부장이 근무하고 있다. 공개적인 반발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1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